빨간불에 멈춰 선 게 줄줄이 갈 길 바쁜 자동차만 아니라, 신호등 기다리며 옷깃 여미던 시민만 아니라, 저기 세월호 광장 천막 안에 걸린 달력이, 또 시곗바늘이, 단체 사진 속 해맑던 아이들 모습이 또한 그대로 멈췄다. 허튼 시간만이 돌고 돌아 아이들 영정이 두 번의 눈을 맞는다. 거리에 선 엄마 아빠 머리 위에는 진작에 흰 눈이 소복했다. 진상조사를 위한 예산은 초라했다. 책임 있는 자의 멈춰 버린 7시간에 대한 질문은 불경 논란을 낳았다. 진상규명이 멀었다. 또 그 자리 빨간불 들어 언젠가 거기 모인 10만의 목소리를 막아 세웠다. 울분 토하던 늙은 농민의 의식도 그날 멈춰 섰다. 집회·결사의 자유는 거기서 불온했다. 일망타진 엄포가 뒤따랐다. 광장 너머 거꾸로 도는 시곗바늘만 돌고 돌아 멈출 줄을 몰랐다. 눈 내린 산 앞자리 살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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