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다른 판결이 있었다. 하나는 해당한다고 했고, 다른 하나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지엠 사무직사건은 사실상 노동자가 승소했고, 현대자동차사건은 사실상 회사가 승소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26일(목)과 27일(금)에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선고한 판결들이다. 대법원은 한국지엠 사무직 노동자들이 법정수당 등의 추가임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업적연봉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고, 서울고등법원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청구한 사건에서 구현대자동차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두 사업장 사건 모두에 무관할 수 없는 나는 판결에 어떤 식으로든 유감(有感), 즉 느끼는 바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2. 한국지엠 사무직사건은 2007년에 소장을 제출했으니 어느덧 8년이 넘었다. 당시 사무직 노동자들은 노조 조직활동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통상임금 문제를 제기했다. 노동부에 고소·고발을 통해 일부 수당은 인정받았고, 이를 통해 해결되지 않았던 조사연구수당·조직관리수당·가족수당·귀성여비·휴가비·개인연금보험료·직장단체보험료 등을 소송으로 제기하면서 나는 업적연봉까지 포함할 것을 제안했고, 소송은 재직자와 퇴직자로 나뉘어 진행됐다. 당시에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만 존재하는 상태였다. 업적연봉은 IMF 관리체제 이후 사무관리직을 중심으로 연봉제 임금제도가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상여금이 전환된 것이었다. 과거 상여금일 때와는 달리 전년도 근무실적을 평가해서 그 등급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데, 당해연도에 12분의 1로 매월 월급여로 지급하고 있었다. 더는 과거 상여금과 같은 지급기준의 임금이 아니었으니 상여금에 관한 대법원 판례 법리에도 불구하고 기본급과 다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는 임금이라서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내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원고수가 많지 않아 먼저 항소심 재판이 진행됐던 퇴직자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은 나머지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으나 업적연봉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1심과 마찬가지로 판결했다. 그리고 2012년 3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는 금아리무진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됐다. 최초로 대법원이 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성을 인정한 판결이었다. 그 뒤 재직자사건에서 업적연봉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서울고등법원은 판결했다. 바로 이 사건에 관한 상고심, 대법원 판결이 지난 26일에 선고되고, 앞의 퇴직자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그 다음날인 27일에 선고된 것이다. 우여곡절이 없는 사건이 얼마나 있으랴마는 한국지엠사무직사건은 더 그랬다. 재직자사건은 내 손을 떠났다. 사물은 서로 연관돼 있고 사건도 마찬가지다. 사무직이 제기한 업적연봉 소송은 2011년 1월 한국지엠 생산직 등이 그에 해당하는 상여금까지 포함해서 통상임금소송을 제기하도록 했다. 이 한국지엠 생산직 통상임금소송은 기아자동차 등 집단적인 통상임금소송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2013년 5월 미국 순방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지엠 회장의 통상임금 문제에 관한 면담소식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 이후 대법원은 갑을오토텍 통상임금사건을 전원합의체 재판부로 회부해 공개변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공개변론을 거쳐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사실 지난주 선고한 한국지엠 사건들에 관한 대법원 판결의 결론은 이미 2013년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해져 있었다. 이번 한국지엠 사무직사건의 판결들은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에 철저히 따른 것이었다. 2013년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근로자의 전년도 근무실적에 따라 당해 연도에 특정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을 정하는 경우 당해 연도에는 그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확정적이므로 당해 연도에 있어 그 임금은 고정적인 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한국지엠 사무직의 업적연봉처럼 근무실적에 연동해 지급되는 임금이라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번에 업적연봉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은 이러한 판례의 법리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반해 귀성여비·휴가비·개인연금보험료·직장단체보험료 등 복리후생명목 임금에 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재직자에 한해 지급하는 경우라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던 바, 이번 한국지엠 사무직사건의 판결에서도 이러한 판례의 법리에 따라 판결했다. 한편 업적연봉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대법원은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고는 판결하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상여금에 관해 신의칙이 적용될 수 있다고 판시했던 것이다. 상여금이 아닌 업적연봉은 그 신의칙의 적용대상이 아니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도 이러한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신의칙 위반을 따지지 않고서 업적연봉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추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던 것이다.

3. 지난주에 업적연봉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대자동차에서 15일 근무일수 미만 지급제외 조건의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도 있었다. 이미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러한 상여금 지급조건은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지급조건이 존재하지 않았던 구현대자동차서비스 소속이었던 원고들의 청구만 인정했다. 이를 재확인한 것이다. 현대자동차 통상임금사건은 소송의 결과를 모든 직원에게 적용하기로 한 노사합의에 따라 ‘대표소송’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실 현대자동차의 상여금 지급조건은 현대자동차에만 있지 않다. 이 나라에서 많은 사업장에서 상여금의 지급조건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에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에서 많은 사업장에서도 해당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에서 아니라면 많은 사업장에서도 아니다. 다른 많은 노동문제가 그렇듯이 현대자동차의 문제는 현대자동차의 것만이 아니다. 현대자동차에서 인정해 줘야 다른 사업장도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노동자 권리를 위해서는 별 수 없이 현대자동차에서 인정해 주기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현대자동차 통상임금소송은 2012년 3월 금아리무진사건 대법원 판결이 있고 나서 제기한 것이었고,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제기한 것이었다. 소장을 제출할 당시부터 노동자들을 대리해 왔던 나는 현대자동차에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것은 법적으로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그에 그치지 않았다.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에 만약에 대비해서 노조가 교섭과 투쟁을 통해서 통상임금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못마땅하게 여겼을지 몰라도 노동자 권리 말고 무슨 의도를 갖고서 한 말이 아니니 듣기 싫어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4. 법적으로 명백하다면 굳이 노조가 교섭과 투쟁을 통해 노동자 권리라고 사용자와 합의할 필요는 없다. 이미 노동자 권리인 것이 명백하니 그 권리를 주장하기만 하면 된다. 노조는 조합원의 노동자 권리를 지켜 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조합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헌법 제33조1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4호 참조), 즉 노동자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존재한다. 갑을오토텍 통상임금소송사건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2013년 12월18일 이후 이 나라에서 노사합의가 있었다. 그 노사합의에는 일정한 경향이 있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해당 사업장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경우에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직자조건과 일정근무일수 충족조건으로 논란이 되거나, 기타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는 상여금에 관해서는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노사합의는 많지 않았다. 이미 법적으로 노동자 권리로 인정되는 것을 노동자 권리로 인정한다는 합의가 대부분이었다.

재직자조건과 일정근무일수 충족조건, 그리고 또 무슨 조건이라도 이 나라에서 상여금은 소정근로(시간)만 근로해도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모두 통상임금에 해당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주장할 것이다. 법원이 판결하지 않아도 장차 판결을 받기 위해서 계속 주장한다. 권력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추진에 따라 대통령령인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일정조건의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시키더라도 변함없이 주장할 것이다. 소송에서 변론하고 토론회에서 토론하고 연구해서 발표할 것이다. 노동자 권리를 위해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교섭과 투쟁으로 하는 것이야말로 노동자 권리를 위해서는 보다 힘 있는 주장이다. 그것으로 주장이 허공으로 질주하지 않고 이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가야 할 길로 곧장 노동자 권리를 향해서 나아갈 수가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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