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한국의 녹색일자리는 양적 증가 추세에도 여전히 그 정의와 분류체계가 미흡해 정부도 제대로 현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녹색일자리의 잠재력을 살릴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추진이 어려웠다. 또 이제까지 녹색일자리를 다루는 연구와 정책은 대부분 녹색일자리의 숫자와 직종을 기반으로 하는 통계에 의존한 탓에 녹색일자리가 갖는 환경적 기여도와 노동시장에서 갖는 특성을 세부적으로 파악하는 데에도 한계를 보였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러한 녹색일자리 논의와 정책의 교착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의 후원으로 최근 녹색일자리 질을 심층적 파악하기 위한 조사·연구를 진행했다.

고용의 질 낮고 환경 기여도 불충분

연구는 일자리의 환경성을 △부문의 성격 △생산물·서비스의 환경성 △노동과정 △밸류체인(가치사슬) △노동자의 녹색 인식 정도 △기업의 녹색산업 전략 등 6개의 '녹색지표'로 살폈다.

이어 일자리의 질을 △안전성과 윤리성 △수입과 복지혜택 △노동시간 △고용보장과 사회적 보호 △노사관계(노동조합 활동 등) △기술개발과 교육훈련 등 6개의 '일자리의 질 지표'로 선정했다. 이 지표를 주요 녹색일자리 분야별로 16개의 일자리에 대한 면접조사에 적용해 평가점수를 도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녹색이면서 괜찮은 일자리는 16개 중 9개, 녹색이지만 괜찮다고 볼 수 없는 일자리가 6개로 나타났다. 일자리의 질 측면에서 한국의 녹색일자리 다수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녹색지표 평가도 절대 점수가 높지 않아 녹색일자리라는 이름에 걸맞은 환경적 기여가 분명하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사는 단지 부문과 생산물뿐만 아니라 노동과정·전후방의 밸류체인·녹색 인식과 전략 등의 지표들을 추가해 질적 측면을 조명하고자 하는 접근방법에 따른 것이다. 연구 기준과 방법 선택상 불가피한 일정한 주관성을 배제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한국 녹색일자리의 중요한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녹색일자리가 반드시 공정하거나 괜찮은 일자리인 것은 아니며, 새로운 녹색일자리 창출은 기존 부문의 고임금 일자리 소멸을 수반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차원이 인식돼야만 녹색일자리 정의는 물론 환경정책과 일자리정책 수용성이 확보될 수 있고, 녹색경제로의 전환도 촉진될 수 있다.

질 낮은 녹색일자리 특별대책 필요

그렇기 때문에 괜찮은 녹색일자리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환경적 기여와 일자리의 질을 평가하고 담보하는 기준이 녹색일자리 창출과 육성 정책에 포함돼야 한다. 본 연구에서 활용한 녹색지표와 일자리의 질 지표의 결합 활용이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향후 녹색일자리 정책과 녹색경제 정책에는 지속가능한 공급사슬·밸류체인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으로 추가돼야 한다. 그리고 분야의 특성상 숙련이 낮거나 노동자 대변성이 미흡한 녹색일자리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편 괜찮은 녹색일자리는 법·제도적 측면뿐 아니라 노동자의 조직력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녹색경제는 노동조합에 신규부문을 조직화하고 미흡한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와 과제를 함께 부여한다. 아울러 녹색일자리의 질적 측면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여론 등 간접적 압력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기업이 녹색일자리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사업 기획과 인력운용에서 보다 전향적인 경로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