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간부들이 무능력한 것에 대해 조합원들의 원성이 자자하거든요.”

올해 안에 고위간부들을 대상으로 저성과자 재교육과 퇴출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어느 공공기관 노조위원장의 말이다.

일반적으로 저성과제 퇴출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면 대부분 노조는 반대한다. 그런데 이 기관의 노조는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소극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얘기를 들어 보니 일부 선배나 고참 직원들의 업무태도와 능력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모범이 되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후배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조합원들의 정서를 무시하지 못하는 노조의 입장이 이해는 가지만 여러 모로 아쉬운 마음이 든다. 조직 내에서 업무분위기를 해치거나 근무태도가 좋지 않은 직원 또는 무능력한 사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저성과자 퇴출제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선후배 간이나 노사 간에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해결의 단초를 찾는 게 훨씬 매끄러울 것이다.

해당 공공기관은 퇴출이 목적이 아니라 능력향상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게 사실이라고 치자. 그럼 공식적인 무능력자로 분류돼 인격적인 모독을 당해야 하는 선배들을 바라보는 후배들은 마음이 편할까.

더구나 지금은 고위간부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평직원까지 확산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추진하는 정부가, 대놓고 일반해고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재계가 그 대상을 간부사원으로 한정 지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게다가 저성과자 퇴출제도에 찬성하고 있는 후배들도 언젠가는 그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 공공기관이 설계한 제도에 따르면 일정비율은 무조건 저성과자로 분류된다. 저성과자 퇴출제도에 노조가 소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노동계 관계자는 이렇게 되물었다.

“그 후배들은 능력이 그렇게 좋은가요?”

조합원들이나 후배들이 무능력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면서 노조가 지켜야 할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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