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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게재-시민은 억울하다 10] 개발제한법보다 더 무서운 농지법
편집부  |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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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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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시에는 시민호민관이라는 독특한 옴부즈맨 제도가 있다. 옴부즈맨 제도라는 게 일종의 민원조사관인데, 시흥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호민관이 상근하면서 독임제로 운영한다. 비상근에 합의제로 운영하는 다른 지자체 옴부즈맨 제도와는 권한·책임 수준이 비할 바가 아니다. 초대 시흥시 호민관을 지낸 임유씨는 “약자들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야 그나마 균형추가 맞다”고 말한다. 그가 호민관 시절 보고 듣고 만난 시민들의 얘기를 <시민은 억울하다>(한울)는 책으로 냈다. <매일노동뉴스>가 일부 내용을 발췌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 게재한다.<편집자>

“서슬이 퍼렇다는 개발제한법을 피할 요량으로 갖은 잔꾀를 다 부려 요행히도 단속의 칼날은 피했는데, 생각지도 않던 농지법이란 놈이 나타나 ‘잘못했으니 무조건 땅을 팔라’고 합니다. 말을 안 들으면 매년 땅값의 20퍼센트를 이행강제금으로 물리겠다면서 말이죠. 무시무시한 개발제한법도 이행강제금이 고작이고 그것도 매년 부과하는 경우는 없는데, 잘못 좀 저질렀다고 개인 땅을 나라가 팔라 마라 할 수 있는 겁니까?”

우리 속담에 “노루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피장봉호·避獐逢虎)”는 말이 있다. 작은 해를 피하려다 도리어 더 큰 화를 입는다는 뜻이다. 좀 귀찮다고 기본을 무시했다간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으니 살면서 늘 새겨야 할 말이다. 그런데 요사이 시청에 피장봉호를 떠올리게 하는 얘기들이 회자되고 있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개발제한법(노루) 피하려다 농지법(호랑이)에 된통 당했다’인데, 피해자인 농민들은 여기에 분노를 덧붙인다.

사례 1

A씨는 개발제한구역에 500평 남짓한 논을 갖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이 금방 풀릴 거라는 말만 믿고 지난 2000년에 구입한 땅이다. 살 당시에는 논이었는데 주위 논들이 자꾸만 성토(흙을 쌓아 올리는 행위)를 하는 바람에 덩달아 흙을 쌓다 보니 밭으로 바뀌었다. A씨도 처음 몇 년간은 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주위에 하나둘 창고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부터 마음이 흔들렸다. 임대료 수입이 더 짭짤했기 때문이다. 까짓것 단속당해 봤자 이행강제금 조금 내면 그만이라는 말에 용기를 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꼭 5년 전, 인근에서 공장을 하는 박 사장에게 월 2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자신의 비닐하우스와 농지를 빌려줬고 그는 이곳을 창고와 야적장으로 사용했다. 운이 좋았는지 단속은 그사이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사실 불법 건축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컨테이너 두 개와 비닐하우스가 전부인지라 단속을 당한들 금방 원상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단속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았다고 한다. 참 순진한 생각이었다. 세상에는 개발제한법보다 무서운 법이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던 것이다.

농지 현황을 조사한다는 공무원이 다녀갈 때만 해도 호구조사 비슷한 것인 줄로만 알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시청에서 “농지로 사용하고 있지 않으니 원상회복을 하라”라는 내용의 편지가 도착했다. 그런데 벌금을 내라는 통지도 아니고 개발제한법을 위반했다는 내용도 아니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한다. 청문(聽聞)을 할 테니 참석하라는 통보가 와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찌어찌 참석한 청문장에서 “위반했다”, “인정한다”, “원상회복하겠다”라고 했으면서도 금세 잊었으니 말해 뭣하겠는가. ‘별일 없겠지’라는 생각이 화근이었다. ‘처분 의무 기간’인가 뭔가 하는 통지가 왔을 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면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한다는 소리라는 것이 고작 “세놓는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통보했지만 ‘다른 곳을 알아볼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는 박 사장의 청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는 변명이 전부였다. 솔직히 모른 척하고 싶었을 테지만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하는 똥배짱이 그를 ‘의도적 무신경’으로 몰아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지금 생각해도 참 한심한 얘긴데, A씨는 이런 식으로 무려 1년하고도 반년을 ‘나 몰라라’ 식으로 살았다. 마침내 일이 터진 것은 처분 의무 기간(1년)이 거의 8개월이나 더 지나서였다. 색깔만 빨간색(?)이 아니지 살생부와 다를 것 없는 처분명령서가 도착한 것이다. 그때야 뭔가 일이 잘못돼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는 A씨, 시로부터 “논을 파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라는 얘기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농지법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야적된 물건들을 전부 치우고 그 자리에 고추를 심었습니다. 비닐하우스에 토마토도 심었고요. 컨테이너도 모두 없앴으니 이제 문제가 없는 것 아닙니까?” 원상회복을 다 했는데 농지 처분명령을 왜 취소해 주지 않느냐는 게 주장의 요체였지만, 아무리 법전을 뒤지고 사례를 찾고 유권해석을 의뢰해 본들 구제할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배는 이미 떠난 뒤였다. “처분 의무 기간을 1년이나 줬는데, 진작 좀 그렇게 하시지 그랬어요.” 하나 마나 한 얘기만을 주절거릴 뿐이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A씨는 아내에게 땅을 증여함으로써 처분명령을 이행했다고 한다. 워낙 땅값이 헐하니 증여세는 물지 않았으나 공시지가의 5퍼센트에 육박하는 취득세는 피할 수가 없었다. 호랑이가 남긴 상처는 깊고도 넓었다.

사례 2

B씨의 경우는 이른바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었다. 하라는 농사는 짓지 않고 하지 말라는 행위를 한 것은 매한가지였으나, 단속 이후 원상회복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A씨와 달랐다. 발 빠르게 세입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법적으로 강제 철거가 곤란한 컨테이너 한 동을 제외하고 다른 부분은 바로 농지로 전환했다. 대략 80퍼센트에 이르는 면적이 원상회복됐다. 그런데 100퍼센트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서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해 봤지만 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처분명령이 내려졌다.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농지로 쓰지 않은 20퍼센트에 대해서만 처분명령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제가 원상회복을 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남의 재산을 강제로 철거하지 못해 생긴 일인데, 전체 농지를 처분하라고 명령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일리가 있었다. 하나의 필지로서 부분 처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반론이 있었지만, 20퍼센트에 불과한 ‘불가피한’ 휴경에 대해서까지 ‘경자유전’ 원칙을 들이대는 것은 농지법 제정 취지에 맞지 않고 사회 통념과도 부합하지 않아 보였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유권해석을 받아 본 후 그 결과를 갖고 다시 처분명령 여부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주무부서로부터 악 소리도 못할 논리가 제시됐다. “농지 처분명령을 받은 농민수가 수백입니다. B씨와 유사한 사례도 수십 건에 이릅니다. 그런데 B씨를 제외한 농민 대부분이 이미 농지를 처분해 버렸습니다. 명백히 불법적 행정처분이라는 판결이 나오지 않는 한 설사 농림축산식품부의 유권해석이 B씨에 유리하게 나온다 해도 저희는 처분을 번복할 수가 없습니다. 행정의 안정성도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협박하는 것 같아 거슬렸지만, 그렇다고 달리 토 달 명분도 없었다. 게다가 수백이라잖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취소는 불가능해 보였다. 앞으로나 이를 반영하라 할 수밖에.

사례 3

C씨는 B씨의 경우와도 또 달랐다. 시의 잘못이 분명해 보였다. ‘법적 안정성’ 운운하는 시의 논거까지 일시에 깰 수 있겠다 싶었다. A씨나 B씨의 경우처럼 C씨도 농사를 짓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여느 농민들의 경우와는 다르게 처분 의무 기간 동안 원상회복을 할 수 없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했다.

“저 도로가 제 땅입니다. 이번에 처분명령을 받은 제 농지의 일부분이죠. 사실 그 옆이 시의 땅인데 그걸 도로로 만들지 않고 애먼 제 땅을 포장해서 이제껏 도로로 사용했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 건물이 도로와(제 땅 말입니다!) 인접했다며 처음 건물 지을 때 약속과 달리 증축을 허가하지 않는 겁니다. 엄청난 돈을 들여 땅을 사고 건물을 지었는데 이제는 창고조차 더 지을 수가 없게 된 거지요. 변명 같지만, 이런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건물에 인접한 제 농지를 창고로 쓰게 된 겁니다. 더구나 제 농지를 도로로 포장하면서 건설업자가 폐아스콘을 제 농지에다 파묻었습니다. 그러니 그곳에다가는 농사를 짓고 싶어도 지을 수가 없는 노릇 아닙니까. 한쪽은 폐아스콘 때문에 안 되고 다른 쪽은 도로로 쓰고 있으니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도(비닐하우스는 단속 후 바로 농업용 창고로 전환했다!) 원상회복을 하지 않았다고 처분명령을 내렸으니,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겁니다.”

C씨는 시를 상대로 ‘도로 철거 및 토지 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그리고 비록 시가 정한 처분 의무 기간을 준수하지는 못했지만 행정처분의 목적(불법 해소)이 달성된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C씨의 불법 행위와 시의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 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점과 농지의 상당 부분이 이미 도로로 사용되고 있어 처분 명령의 이행(토지의 매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참작했다. “농지 처분명령을 소송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할 것과 소송 결과 시의 ‘무단 점유’가 인정된다면 민원인에게 부과된 농지 처분명령을 취소할 것”을 주문했다.

차마 ‘형평성’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빼 들기가 거시기(?)했는지 이번만큼은 시가 나의 주문을 수용했다. 당장 처분해야 하는 상황만은 피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언제고 처분할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결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먼 사례였다.

사례 4

D씨는 ‘억울해서 까무러칠’ 지경이다. 사례로 든 다른 세 명의 민원인이야 이유를 불문하고 농사 말고는 다른 행위를 ‘할 수 없는’ 땅에서 ‘했기’ 때문에 막말로 ‘처분명령’을 받아도 삿대질을 하면서까지는 대들지 못하겠지만, D씨는 농사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부지기수인데도 법의 허점으로 인해 농지를 처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 것이니 정말이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게 분명했다.

“제 땅은 10여년 전에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됐습니다. 더구나 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농지전용부담금만 내면 지금이라도 집이나 건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 땅과 나란히 있는 부친 집을 헐어 아예 제대로 된 건물을 지으려고 계획했는데 돈이 좀 많이 들어야지요. 차일피일 미룰 수밖에요. 그런데 난데없이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청문장에 나오라고 하지 뭡니까. 하도 황당해 청문장에 나가 다 말씀드렸습니다. 이곳 농민들은 농사를 짓지 않아도 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으냐고 말이죠. 변호사님이랑 담당 공무원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아보고 연락한다고 해서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었는데 느닷없이 ‘농사를 짓든지 팔든지’ 양단간에 결정하라고 하니 환장하지 않고 배기겠습니까.”

우선 농사를 지을 땅이 아니었다. 상가와 도로 사이에 길게 놓인 땅인지라 만약 이곳에 농사를 지으면 갓 쓰고 자전거 타는 일처럼 어색하기 이를 데 없는 ‘짓’이 될 게 분명해 보였다. 게다가 일부 땅은 지금도 현황도로로 쓰이고 있어서 만약 D씨가 농사를 짓겠다고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큰일(통행 제한)로 비화될 그런 땅이었다. 더구나 시흥시의 무관심과 무신경 탓에 D씨가 농지를 전용할(이미 이 지역에 대해 농지전용 협의가 끝난 상태라 그냥 신고만 하면 되는 일이다)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도 볼 여지가 충분했다. “처분하라”라는 말 전에 “전용하세요”라고 한마디만 했더라도 이처럼 황당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런저런 논리를 떠나 농지 처분의 결과 농지를 산 사람이 농사는 짓지 않고 건물을 짓겠다고 신고하면 아무런 제한 없이 당장에라도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절망시켰다. 이런 상황이라면 기존의 농지 소유자에게 도대체 왜 “처분하라”라는 처분을 내려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으로 길고 긴 의견 표명서를 작성했건만, 이번에도 여지없이 나의 의견은 묵살당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해석이 따라붙었고 법무법인의 의견도 첨부됐다. 법을 모르는 호민관에게 이만한 무기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들은 온통 법과 규정으로 무장한 채 나를 옥죄려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땅은 D씨에게서 부친으로 이전된 후 대지로 전용될 것이고 그다음 다시 D씨에게로 돌아갈 텐데 그사이 들어갈 세금(취득세 등) 1억원은 누가 책임지는가? 그럴 거면 차라리 1억원을 달라 해라”라는 나의 빈정거림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답을 내놓지 못했다.

농사짓지 않는 농지는 모조리 다 팔지어다

농지법은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관리해 농업인의 경영 안정과 농업 생산성 향상을 바탕으로 농업 경쟁력 강화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 및 국토 환경 보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농지의 소유·이용 및 보전 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자경’(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 ‘농지 소유 상한’(1만제곱미터 이상 소유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임대’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거나 ‘농업진흥지역’을 지정해 개발행위를 제한한다거나 또는 ‘농지전용’을 허가하는 제도 등을 두고 있다.

처음에는 ‘뭐 이런 법이 다 있어’ 했는데, 찬찬히 들여다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초법적 조치로만 이해됐던 자치단체장의 농지 처분 명령권이 나름 합목적성과 정당성을 갖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처분 의무 기간을 1년이나 주고 처분을 유예할 수 있는 경우를 폭넓게 인정할 뿐 아니라 농지전용도 가능하게 했다는 점 등이 모두 안전장치에 해당했다. 다시 말해, 농지를 처분해야 할 정도까지 가려면 법에서 정하고 있는 이중 삼중의 ‘대안’을 모조리 거부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처분명령은 초법이 아닌 적법의 ‘구석’이 있었다. 언젠가 오르겠지 하는 생각으로 자연녹지지역에 있는 밭 200평을 산 사람이 하나 있는데, 농사는 아예 관심 대상이 아니어서 빈 땅으로 놀리고 있다가 농지 일제조사에서 걸렸다고 한번 상상해 보자. 우선 그에게는, 적발되자마자 ‘밭 갈고 씨만 뿌리면’ 없던 일도 되는 길(1차 ‘대안’)이 주어지고, 그만 약속한 날짜를 어겨 ‘처분 의무 기간’이라는 통보서를 받았다 하더라도 ‘1년 안에 농사만 다시 지으면’ 또 벌을 면하는 방법(2차 ‘대안’)도 주어진다. 이처럼 몇 번의 기회를 줬는데도 농사짓기를 거부해야만 비로소 처분명령에 처해지니 처분하라 했다고 무조건 억울함만 강변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그런데 농사를 짓는 대신 농지보전부담금만 내고 집을 지을 수(3차 ‘대안’) 있는 개발제한구역 해제 지역(특히 주거·상업·공업지역)과 달리 개발제한구역에서는 ‘농사 아니면 처분’밖에 없으니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농지법이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법인 것은 분명하다. 개발제한구역이 아닌 도시지역에서는 막말로 농지에 농사를 짓지 않아도 ‘대안’이 많지만 개발이 제한돼 있는 곳에서는 설사 농지법이 허가했다손 치더라도 집을 짓거나 하는 개발행위를 아예 할 수 없으니 사실 이 모든 원죄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지만 여하튼 처분명령을 내리는 것은 농지법이니 이놈의 법이 사람 잡는다 할 수밖에. 그래서 하는 말인데, 농지법에 ‘개발제한구역 내 위치한 농지에 대해서는 처분명령을 내릴 수 없게 하는’ 조항을 넣으면 어떨까 싶다. 농지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가는 금방이라도 동급 최강 개발제한법의 단속망에 걸릴 테니 굳이 농지법을 어겼다고 처분하라고까지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해서다. 물론 농사를 아예 짓지 않은 경우에는 개발제한법으로도 단속이 어렵지만 솔직히 절대농지(지금은 농업진흥지역이라 불린다)가 아닌 바에야 농사를 짓지 않는 행위까지는 단속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 말라는 개발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품삯도 나오지 않는 농사일인데 말이다. 아무튼, 대안이 막힌 사람에게까지 농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땅을 팔라 명령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다. 중복 규제의 창살은 당장에라도 걷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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