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기·가스·석유 부문 기능조정에 착수하면서 일부 공공기관 출자회사나 특정 사업 분야를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 문제를 두고 대립한 공공부문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재점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발표 수위 낮췄지만 성과연봉제 도입 기정사실화

기획재정부는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 기관장 워크숍'을 열고 성과중심 보수·인력체계 개편과 에너지·환경·교육부문 기능재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날 워크숍에서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성과 및 향후과제'에서 성과주의 임금체계 확산계획을 재확인했다.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성과연봉제를 비간부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노동자 모두를 성과연봉제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얘기다.

공공기관의 일부 직위를 민간에 개방하는 인력운용도 추진한다. 외부 전문인을 채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럴 경우 임원자리에만 이뤄지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하위 직위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재부는 "노동개혁 입법논의에 맞춰 외부의견을 수립한 뒤 구체적인 성과연봉제 확대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기재부는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을 이날 발표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국회 논의 상황과 한국노총 반발을 우려한 고용노동부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발표수위가 다소 낮아졌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시기를 조정하겠다는 것이지 성과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은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임금피크제 강제도입을 추진했던 것처럼 성과제를 추진하면 정부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에너지·환경·교육 63개 공공기관 기능조정

에너지·환경·교육부문 63개 공공기관에 대한 기능조정은 다음달부터 시작된다.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공사 등 에너지 분야 27개 공공기관의 비핵심 사업과 민간경합사업을 조정한다. 이들 기관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중점 정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공단·국립생태원을 비롯한 환경부문 9개 공공기관과 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출연연구기관을 포함한 교육부문 27개 공공기관에 대한 기능조정도 이뤄진다. 유사사업과 민간경합업무를 폐지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하반기에는 보건의료·산업진흥·정책금융 분야 기능조정에도 착수한다.

정부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임금피크제 강행으로 악화된 노동계와의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일반해고(저성과자 퇴출제) 기준이 만들어지고, 임금·단체협상을 중심으로 한 노사관계가 형해화돼 노조 존립기반이 붕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와 보건의료노조는 기재부 워크숍이 열리는 시간에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는 노동자 목숨줄인 임금·고용을 볼모로 무한경쟁을 강요하기 때문에 대국민 서비스를 하는 공공부문과 절대 어울리지 않은 제도"라며 "공공서비스를 외주용역·자회사 형태로 민간자본에 개방해 공공기관을 축소·폐지하려는 공공기관 기능조정은 국민 안전을 재벌에게 내주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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