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대법원 2015.10.29 선고 2012다71138 판결

1. 사건의 개요.
피고인 두산인프라코어 주식회사는 종전 대우종합기계 주식회사였고 인천·창원·안산에 공장을 두고 있다. 두산그룹은 2005년 4월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한 후 상호를 위와 같이 변경했다. 두산그룹이 인수를 하려 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사무직들이 2004년 4월 금속노조 인천지부 두산인프라코어 사무직지회를 설립했고 당시 조합원은 1천264명이었다.(생산직은 이미 오래 전부터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에 있었다) 그리고 두산그룹이 인수하기 전인 2004년 11월 최초의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이듬해 4월 두산그룹이 인수 후 사무직에 대해 연봉제를 실시하고 조합원들에게는 성과급을 전혀 지급하지 않을뿐더러 승급에 노골적인 차별을 두자, 조합원수가 급감해 2006년 95명, 2007년 28명, 2008년 27명, 2009년 26명, 2010년 16명, 2011년 9명(창원공장에만 조합원이 있고 현재까지 변동이 없다)으로 변한다.

두산그룹과는 2006년 2월28일자로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래 갱신을 전혀 하지 못하고 교섭조차 하지 못한 상태로 있다가 피고 회사는 2010년 2월1일자로 위 단체협약에 대해 해지 통보를 했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6개월 뒤인 2010년 8월1일 단체협약 해지 효력이 발생했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48조제1항 및 제3항은 “월 만근한 조합원에 대해 1일의 유급휴가를 인정하고, 사용하지 않은 월차휴가에 대해서는 매년 1월 중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고, 단체협약 제49조제1항 및 제4항은 “1년간 만근한 조합원에 대해 10일, 9할 이상 출근한 조합원에 대해 8일의 유급휴가를 지급하며 2년 이상 연속 근로한 조합원에 대해 1년 추가시 1일의 유급휴가를 가산해 지급해야 하고, 사용하지 않는 연차휴가에 대해서는 매년 1월 중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단체협약 부칙 제2조는 “노조법 제32조제3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돼도 갱신협약이 체결될 때까지는 본 협약의 효력은 지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피고 회사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연차휴가 근로수당 및 월차휴가 근로수당을 제때 지급한 적이 없었고, 소송 또는 구제신청을 하고서야 지급하는 행위를 반복해 오다 급기야 2009년에는 2008년 근로로 인해 발생했던 미사용 연월차 휴가분에 대해서 연차휴가 사용 시기 지정통보를 하고 조합원들이 단체협약을 들어 이에 응하지 않자 2009년 10월26일부터 그해 12월31일까지 적게는 7일부터 많게는 46일까지 출근을 금지시키고 해당 조합원들의 업무용 컴퓨터를 정지시키는 행위를 했다. 조합원들은 이 기간 출근 투쟁을 했다. 2010년 1월 연차휴가근로수당 지급시기가 오자 피고 회사는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사용했으므로 연월차휴가근로수당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 지급을 거절했다. 조합원들은 소송을 했다.

2. 이 사건의 쟁점
피고 회사와 노동조합 간의 2006년 2월28일자 단체협약은 단체협약 부칙 제1조에는 “이 협약의 효력기간은 4월1일부터 익년 3월 말일까지로 한다”고, 부칙 제2조에는 “노조법 제32조제3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돼도 갱신협약이 체결될 때까지는 본 협약의 효력은 지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2009년 3월31일에 새롭게 조합원으로 가입한 노동자들이 있었다.

이런 규정 하에서 지동연장규정에 의한 단체협약 효력의 존속기간, 새롭게 가입한 조합원의 근로조건 규범 규정, 연·월차 사용촉진제도의 규범력에 대한 쟁점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 필자는 왜 이러한 것이 쟁점이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의문의 여지도, 해석의 여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 대상 대법원 판례는 무려 3년2개월을 심리했다.

3. 판결의 요지 및 평석
이 사건 제1심(창원지법 2011.5.17 선고 2010가단22081 판결)은 놀랍게도 이 사건 단체협약은 2006년 3월31일 효력이 만료되고(사실 이것은 오기다. 2007년 4월1일이 맞다. 이후 판결문들은 필자가 그리 지적했음에도 오기를 의도적으로 한다.) 2년이 경과한 2008년 3월31일 실효됐다고 판단한다. (이것도 의도적 오기다. 원칙적으로 2009년 4월1일이 맞다. 역시 이후 판결문에도 계속 그렇게 썼다.) 즉 자동갱신 조항으로 봐 노조법 제32조제1항·제2항의 제한을 받아 2년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위 단체협약 부칙 규정은 자동갱신규정이 아니라 자동연장조항이다. 자동갱신조항은 일정한 기간 내에 당사자 간의 개정·폐지에 대한 의사표시가 없으면 기간 만료와 동시에 같은 내용의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에 반해 자동연장조항은 위 단체협약 부칙 제2조 그리고 노조법 제32조제3항 단서 규정과 같이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존속시킨다는 취지의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되, 당사자 일방은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함으로 종전의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가 있다”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규정은 자동연장조항의 효력 기간에 대한 학설상의 논란을 입법적으로 해결한 것이었다. 해석의 여지도 의문의 여지도 없었다. 그런데 제1심은 2008년 3월31일 단체협약의 실효를 전제로 해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그러나 제2심은 (창원지법 2012.7.10 선고 2011나5749 판결) 이 사건 단체협약의 부칙 조항을 자동연장조항으로 보아 피고 회사가 해지권을 행사해 6개월이 경과한 2010년 8월1일 단체협약이 해지됐고, 해지되기 전에 가입한 조합원도 이 사건 단체협약을 적용받는다고 하면서 가입 이후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배제한다. 아울러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는 근로자에게 유리하다고 할 수가 없어, 단체협약으로 정해져 있지 않는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배제해 원고들의 출근을 막았던 것을 무효로 보고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한다.

대법원은 (2015.10.29 선고 2012다71138 판결)은 이러한 원심의 판결을 그대로 설시하면서 승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바, 도대체 3년2개월 동안 무엇을 심리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노조법 제32조제3항의 단서 규정은 해석의 여지도 없다. 그리고 단체협약이 실효되기 전에 가입한 조합원에게 가입 이후에는 당연히 단체협약이 적용돼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가 단체협약에 없으면 이를 배제해야 한다고 명확히 한 것이 의미라면 의미일까. 하여간 단체협약에 월차휴가·연차휴가 제도를 두고 연차휴가 사용촉진 조항을 넣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적치 사용할 수 있다는 명백한 법리를 확인했던 것뿐이다.

필자가 이 사건에서 더 주목하고 싶은 것은 두산그룹의 악랄한 노동조합 탄압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조합원으로 남아 있는 9명의 노동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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