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현황이 발표됐다. 올해 발표된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10.3%로 지난해와 같았다. 10.3%는 2012년도부터 내리 3년째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이 뉴스는 언론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언론사마다 거의 단신 정도로만 다뤘다.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더라도 이번에 발표된 노동조합 조직현황에서 몇 가지 의미 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아니라 조합원수에 숨어 있는 사실이다.

올해 발표된 조합원수는 190만5천470명이다. 여기서 ‘190만’이라는 숫자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이 가장 높았을 때 기록이 1989년의 19.8%였는데 그때 우리나라 조합원수가 193만명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조합원수에는 노조로 인정받지 못한 공무원과 특수고용직이 누락됐다. 이를 더하면 89년 조합원수를 턱밑까지 따라온 셈이다.

190만명이라는 조합원수도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 조합원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올해 발표된 조합원수는 지난해보다 5만8천명(3.1%) 늘었다. 지난해 발표된 자료에서도 조합원수는 6만7천명 증가했다. 조직률은 3년째 10.3%로 같지만, 조합원수는 매년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합원수가 증가한 것은 선진국 흐름과 상반된다. 미국·영국·일본·호주의 조합원수는 감소하고 있으며, 심지어 독일도 줄어들고 있다. 2000년을 기점으로 2013년까지 이들 나라의 조합원수 변화를 살펴봤더니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조합원수가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321만명(21%) 증가한 반면 미국은 173만명(10.6%), 일본은 166만명(14.4%)이 감소했다. 영국은 67만명(9.4%), 호주도 15만명(8.1%) 줄었다. 특히 독일의 조합원수 감소가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을 기준했을 때 독일의 조합원수는 170만명(21.8%) 줄어들었다. 독일은 동서독이 통일되던 1990년에 조합원수가 1천180만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610만명으로 감소했다. 570만명(48.3%)이나 감소해 조합원수가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요 선진국과 달리 조합원수가 증가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희망이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자유주의가 광폭하게 몰아치는 사회적 환경에서도 조합원수가 늘어나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조합원수가 증가하는 것은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다양한 조직화 전략과 현장 노동조합 활동가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희망연대노조 이종탁 선배다. 그는 기존의 노동조합 틀을 깨고 지역 단위에서 업종과 기업을 초월한 노동조합을 조직화하는 데 성공했다. 치료까지 미뤄 가며 활동하다가 병세가 악화해 지금은 힘겹게 병마와 싸우고 있다. 이 밖에도 청년유니온과 학교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서울남부지역조직화사업단 같은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조직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그룹에 속한다. 조합원수가 증가함에도 조직률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는 임금노동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50대 이상 고령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직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화하는 노동력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조직화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금속노조에서 시도하고 있는 퇴직노동자 조직화 사업도 이런 차원에서 의미 있는 시도다.

노동조합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할 희망이다. 그 희망은 조직화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 조합원수는 조직력이기 때문에 노조의 최대 자산은 조합원일 수밖에 없다. 선진국도 못하는 조직화를 우리의 현장 활동가들은 희망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활동하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종탁 선배가 빨리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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