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노조에서 각자 개별적으로 활동하면서 노동운동에 대한 고민이 한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조직적인 틀이 필요했습니다. 노동조합은 그같은 고민의 산물입니다"

한국의 노동운동을 이끌어가는 수많은 '노조활동가'들 가운데는 단위노조에서 잔뼈가 굵은 조직출신들이 있는가 하면, 대학 등에서 학생운동을 통해 얻은 노동운동의 신념을 현실화시키고자 뛰어든 전문직 활동가들도 있다. 이들이 노조를 만들었다.

지난 7월1일 설립총회를 가진 '전국노조활동가사이버노동조합'이 그것이다. 위원장을 맡은 해상산업노련 이민우 정책기획국장(38세·사진)을 만났다. 그 역시 흔히 전문직 노조활동가다.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시절, "한번 해볼까?"하고 뛰어들었던 것이 벌써 12년 세월이라며 웃었다.

* 노동운동 대안모색위한 조직적 틀 필요

"전문직들간의 모임은 4∼5년전부터 부정기적으로 술자리, 산행 등의 형태로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보다 조직적으로 결속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포럼, 연구회 등의 형태도 고려됐지만, 결국은 노동조합으로 낙착됐습니다"

노조 결성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은 올 1월의 일이라고 했다. 정책연합 파기 등 한국노총의 지난 해 동투(冬鬪)를 겪으면서 자본진영의 논리를 압도할 수 있는 노동운동의 대안이 뭔지가 특히 고민되던 시절이었다고 했다. 한국노총이 박인상 위원장의 정계진출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을 동안 노조창립준비모임을 차분히 준비해 온 이들은 마침내 7월1일 숭실대에서 설립총회를 갖고 영등포구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노조운영과 정책활동의 공간은 '사이버'

가입대상이 궁금했다. "총연합단체, 산별연맹, 전국규모 산별노조와 그 산하기관에 활동하는 노조활동가면 누구나 됩니다. 현재 28명의 조합원은 모두 한국노총 산하 연맹 직원들입니다만, 어디든 문호는 열려있습니다"

그런데 왜 노조이름에 '사이버'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걸까?

"서울은 물론 지역에 편재해 있는 활동가들이 원활히 의사소통을 하기위해서는 사이버 공간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회원제 개념을 도입해 노조원만의 공간이 아닌 관심있는 모든 이들과 의견을 공유하는 활동을 벌이고 싶어서죠"

"우리 노조는 노동운동의 이념개발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노동계 통합을 위한 정책개발 활동 및 연대활동에 주력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조합원의 근로조건개선에 관한 비전은 어떤 것인지 묻고 싶어졌다. 단순히 기자의 호기심이 발동해서만은 아니었다. 소위 '노조안의 노조'에 대한 조직출신 활동가들의 시각이 마냥 좋을 수 없다는 것은 지난 사례들이 증명하던 바가 아니었던가?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오던 이 위원장의 어투가 신중해졌다.

"당장은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습니다. 7월말 임시총회를 거쳐 확정되겠지만, 당장은 단체교섭 요구에 나설 계획은 없습니다. 우선은 조합원들의 근로실태에 대한 조사와 비교작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노동운동의 당당한 주역임은 선언한 이 노조의 향후 행보에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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