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대통령이 노동자들의 복리후생을 넘어 월급봉투까지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요즘 국정교과서 못지않게 뜨거운 이슈인 금융권 성과주의 임금체계 개편 얘기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개혁의 마지막 남은 과제"라고 주장하며 금융권에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종용하고 나섰다. 호봉제 중심 임금체계를 개인별 성과에 근거한 연봉제로 바꿔야 '우간다보다 못한' 은행의 경쟁력을 살리는 길이라고 외친다. 언론은 연일 은행원들을 베짱이·철밥통 혹은 '고비용 저성과자'로 폄훼하기 바쁘다.

얼마 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성과주의는 직원들의 월급을 낮추라는게 아니라 업무 성과가 높은 직원들에게는 높은 평가와 많은 보수를 줘서 그렇지 않은 직원과 차별화를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노동자들은 "누구보다 은행 업무환경을 잘 아는 임종룡 위원장이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각 영업지점들이 집단성과 체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은행 영업점안에서는 계량화하기 힘든 업무가 산재해 있다. 방카슈랑스·펀드·청약 등 소위 돈이 되는 업무를 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단순 입·출금부터 공과금 수납, 동전 교환, 서무 업무까지 수익과는 거리가 먼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성과는 어떻게 계량해 평가할 것인지 의문이다.

성과 만능주의는 현장 팀워크만 분열시키는 게 아니다. 성과주의는 구조조정과 한 몸이다. 개인성과평가가 내 월급봉투 두께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란 말이다. 지금 정부는 저성과자를 손쉽게 내보낼 수 있도록 일반해고 근거를 마련하는 데 혈안이다. 정부가 금융당국을 앞세워 성과주 확산을 채근하는 것도 금융개혁이 아니라 저성과자 퇴출을 전 산업에 확산시키 전에 '관치'가 통하는 은행권을 대상으로 시험해 보겠다는 속내가 아니겠는가.

결국 성과와 경쟁으로 점철된 현장에서 죽어나는 건 노동자들뿐이다. 방카 몇 개, 펀드 몇 개 더 팔기 위해 동료는 안중에도 없는 정글 속에서 저성과자로 찍혀 조직 밖으로 방출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직원들이 얼마나 빛나는 성과를 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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