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15일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된 정부·여당의 이른바 ‘노동개혁 5대 입법안’은 어떻게 될까. 여야의 정기국회 전략부터 살펴보자.

정부·여당은 노동개혁·경제활성화 법안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등에 집중하고 있다. 정기국회 내에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이 꺼낸 카드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연계하는 것이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야당의 협조 없이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다. 야당이 요구하는 예산과 여당이 처리해야 할 쟁점법안을 거래하는 식이다. 내년 4월에 치러질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여야에게 정부 예산안은 공통의 관심사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반면 야당은 여당의 법안처리 방침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여당이 밀고 있는 법안을 ‘가짜 민생법안’이라고 규정한다. 야당은 “정부·여당이 예산을 무기로 야당을 겁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야당의 이런 기세라면 정부·여당의 쟁점법안은 하나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국회 선진화법은 여당에게도 작용하지만 야당에게도 영향을 준다. 야당은 여당이 제출한 모든 법안 처리를 무작정 늦출 수 없다. 국회 선진화법은 법안 처리과정에서 여야 간 타협을 압박 한다. 야당의 ‘지연전술’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이 미화하는 여야 간 타협은 이러한 입법 환경에서 이뤄진다. 이것이 정부·여당의 5대 노동법안에 놓인 입법 조건이다. 물론 노동계는 이런 여야 간 타협을 가장 우려한다.

만약 여야가 타협을 한다면 어떤 방식일까. 우선 정부·여당은 5대 노동법안을 일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함께 처리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부·여당의 소망사항일 뿐이다.

지난 16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논쟁이 된 법안은 기간제법과 파견법이었다. 난타전이 예상됐지만 의외로 쟁점은 좁혀졌다. 야당은 “비정규직 관련법은 노사정 합의도 못했고, 입법을 뒷받침하는 통계나 법률적 근거가 미약하다”며 질타했다. 노사정 합의의 당사자였던 한국노총도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안은 노사정 합의정신 위반”이라며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도 18일 관훈토론회에서 “노사정이 합의하지 못한 사항은 좀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을 보면 정부·여당이 원하는 타협은 불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5대 노동법안 가운데 초점은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에 맞춰지게 된다. 통상임금·근로시간단축이 포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핵심이다. 정부·여당은 노사정 합의에 포함됐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2014년 국회 환노위 노사정소위에서도 이 쟁점을 다룬 경험도 있다. 야당들도 근로시간단축에는 적극적이다. 비정규직 관련법안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처리하는 ‘분리처리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5대 노동법안 가운데 일부 법안이라도 국회에서 처리하자는 의견은 곱씹어 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상정한 근로기준법은 환노위에서 따져봐야 한다. 새누리당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켰다는 것을 내세우지만 알맹이를 보면 근로시간단축 취지를 후퇴시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근로시간단축 시행시점이다. 노동시간단축 시점을 기업규모에 따라 2020년까지 늦췄을 뿐만 아니라 노사 합의에 따른 특별연장근로(8시간)를 2023년까지 허용했다. 이렇게 되면 2020년까지 연간노동시간을 1800시간으로 단축하기로 한 노사정 합의(2010년)의 취지는 실종된다. 또 법원이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의 중복 할증률을 인정했음에도 정부·여당은 이 보다 적은 할증률을 책정했다. 노사정 합의문에도 할증률은 제외돼 있음에도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개정법안에 포함시켰다는 후문이다. 할증률은 노사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사항이다.

이처럼 5대 노동법안의 분리처리 마저도 만만치 않다. 국회 입법은 여야 간 타협의 산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환노위 여야 의원들은 노동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인 만큼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