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집권 후반기 전략도 역시나 공안정국인가 보다. 민중총궐기 이후 정권의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이 예사롭지 않다. 새누리당도 연일 당일 집회를 비난하는 막말을 쏟아 내고 있다. 더 나아가 파리 테러 사태를 계기로 지금까지 미뤄 뒀던 테러방지법도 다시 꺼내 들었다.

박근혜 정권 집권 후반기를 규정할 중요한 변수를 분석해 본다. 먼저 포스트-금융세계화 변수. 2007~2010년 세계 금융위기로 끝난 금융세계화 이후 상황이 가장 중요한 정세변수다.

한국 재벌들은 90년대부터 자본시장을 초국적 금융자본에 내주는 대가로 수출을 통해 금융세계화 흐름에 합류했다. 하지만 금융세계화 성장이 세계 금융위기로 끝나고 세계적 저성장이 확대되자, 수출 대기업들이 다시 위기에 빠지고 있다. 조선·철강·화학 등 중화학공업부터 상당히 어려워고 있고, 전자와 자동차가 그럭저럭 버티고는 있지만 2등 업체나 외투기업들이 부실화되며 재벌대기업 과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80년대 3저 호황의 끝이 90년대 초반의 과잉투자와 97년 외환위기로 이어졌듯이, 2000년대 금융세계화 호황의 끝은 자본철수와 하위 재벌의 도태로 이어지는 듯하다. 97년 같은 급격한 외환위기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원화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원화가 구조적으로 불안한 건 아무리 외환을 많이 보유해도 소수 재벌에 의존하는 수출, 낮은 자본시장 규제, 높은 가계부채와 저임금층 확대로 인한 내수 제약 등으로 외부 환경변화에 따라 국가의 잠재적 소득(조세)이 쉽게 위협받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권은 통화나 재정 같은 거시경제 정책은 사실상 포기하고, 기업 구조조정이나 노동개혁 같은 미시경제 정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른바 초이노믹스란 이름으로 거시 정책을 해 보려 흉내라도 냈는데, 이젠 아예 한계기업 퇴출과 노동시장 구조개혁 같은 구조조정 정책만 들고나온다. 박근혜 정권 후반기에 구조조정으로 인한 기업·산업 수준의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포스트-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변수. 지금도 그렇지만 오랫동안 리더십도 비전도 없이 표류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대체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탄생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정세변수다.

호남과 386의 결합인 2000년대 민주당은 수출전략을 뿌리로 한 새누리당에 비해 금융세계화 성장 국면에서는 우위에 설 수 있었으나, 최근 금융세계화 흐름이 좌초하자 사실 국가경제에 관한 별다른 노선이라 할 것이 없는 세력이 됐다. 새누리당이 반공-발전주의를 정치·경제 이념으로 한다면,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민주화-금융화를 정치·경제 이념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

어쨌거나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민주당의 기존 노선은 물질적 기반을 상실했다. 재벌 주도 수출을 통한 발전주의를 분명한 노선으로 삼은 새누리당에 비해 민주당은 그것의 반대로만 스스로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을 계승한 새정치민주연합이 리더십이나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지 못하는 건 이렇게 자신의 국가경제와 관련한 노선을 분명하게 가지지 못하는 것과 깊게 관련돼 있다.

결국 만약 새정치민주연합을 대체할 다음 정치세력이 없다면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서 다시 무능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반대급부로 보수주의 정치세력의 장기집권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일본 자민당의 장기집권도 결국 야권세력의 노선적 붕괴가 배경이었다.

마지막으로 포스트-87년 변수. 정년연장 등으로 체감도가 낮아지긴 했지만 80년대 3저 호황과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겪은 베이비붐 세대가 앞으로 몇 년간 대거 정년퇴직에 임박한다. 박근혜 집권 후반기는 자본측의 변동만이 아니라 노동운동 내부의 변동도 상당히 크게 일어날 것이다. 노동운동의 대표적 대사업장들에서 정년퇴직이 대규모로 이뤄지는데, 노동운동의 대중적 세대교체가 어떻게 이뤄질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이다.

포스트-금융세계화, 포스트-민주당, 포스트-87년이 노동운동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변수다. 노동운동이 대안세계에 대한 구상을 가지고 금융세계화 이후 한국 경제의 핵심 요구를 중장기적 시야 속에서 제시할 수 있을지, 민주당을 대체할 노동자 대중의 진보정당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87년 노동자 대투쟁 같이 새로운 대중투쟁을 통해 앞으로 노동운동을 이끌어 갈 새 세대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가 앞으로 남은 2년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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