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2014구합75629 산재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1. 사건의 개요


리뷰 대상 판결은 배달대행업체 소속으로 운전 배달을 하다가 보행자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 어느 고등학생에 대한 이야기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달대행업체 아르바이트 노동자 사건이다. 근로복지공단 지사에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했다. 상시 1인 이하 사업장이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 사업장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불승인 처분에 대해 심사청구를 제기했고, 산업재해보상보험위원회는 근로자로 판단했다(2014심사결정 제5813호). 공단은 노동자에게 지급된 보험급여 금액의 50%를 사업주에게 징수 통지했고, 사업주는 이에 대해 요양승인처분 및 징수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다시 서울행정법원은 결국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판결이 적절한지 여부가 쟁점이다(서울행정법원 2015.9.17 선고 2014구합 75629 판결).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한 중요한 이유로 크게 7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사업주의 지휘·명령 여부에 대한 판단 요소 2가지 부분, 근로시간의 구속성 판단, 근로관계의 전속성 여부 판단, 보수의 근로 대가성에 대한 판단, 사업의 독자성에 대한 판단, 기타 요인의 사유를 제시했다(판결문 참조).

3. 대상판결의 문제점

결국 대상판결은 고등학생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월 35만을 버는 독립된 사업자’로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판단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 보기로 한다.

가. 대상판결은 배달앱을 통한 지휘 관리 시스템을 형식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배달앱을 통한 배달대행시스템은 사업주가 제공하는 영업 프로그램이다. 즉 배달앱은 당해 사업주가 가맹점에 제공한 것이며, 이를 통해 가맹점당 월 10만원을 지급받는 가맹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배달원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이를 다운받아 배달요청시 확인해 가맹점·위치·배달경로 등을 고려해 업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배달 건당 가맹점이 사업주에게 지급한 2천500원~4천500원의 수수료를 일주일 단위로 정산해 지급받았다. 그리고 사업주는 배달수수료에서 배달 건당 100원을 콜비 명목으로, 앱을 만든 업체에 사용료로 지급했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한 업무 체계는 확산돼 가는 추세이다. 앱이나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회사 밖에서 또는 회사가 제공한 외부의 사무실 또는 일정한 장소에서 업무를 하는 것은 일반화되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이 배달이나 운전하는 거의 모든 시스템이 특정한 프로그램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사무직 노동자의 경우에도 인터넷이나 특정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서 회사 밖에서 업무를 하는 경우는 증가하고 있다. 재량적 근로형태지만 오히려 사용자가 제공한 각종 프로그램, 인터넷 등을 통한 업무 구속력은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워킹의 추세를 간과한 채, 단순히 배달업무에 대한 특정한 지시나 근로자의 위치와 배송현황 관제 등의 외관적 요소만으로 지휘 감독성을 판단한 것은 현실 노동에 무지한 것에 다름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앱을 통한 시스템적인 구속이나 전체적인 구조 속에 업무 관리가 행해지고 있다는 실질적인 면들을 고려했어야 한다.

나. 대상판결은 가정적 상황과 예견으로 인한 심리미진의 위법한 판단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대상판결의 판단 부분에서 나타나고 있다. 배달원들이 배달요청을 거절할 수 있었고, 다른 업체의 배달업무를 하거나 다른 사람을 시켜 수행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이는 사실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가정적 상황에 대한 예견일 뿐이다. 당해 사건에서 배달원들이 실제 업무를 거부한 경우가 있는지, 또한 거부했다면 어떠한 사안인지, 다른 업체의 배달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는지, 다른 사람을 통해 배달업무를 대행하게 한 경우가 있는지에 대한 심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대상판결이 인정하듯이 이 사건 원고는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가 사실상 업무시간이었으며, 이 사건 사업주의 사무실 또는 가맹점 근처에서 대기하다가 스마트폰에 표시되는 배달요청을 확인하고 업무를 수행했다. 오히려 사업주가 배달원에게 “전화를 해서 배달을 수락할 것을 요청”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요청에 대해 거부한 경우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대상판결이 파악한 ‘요청’이라는 형식을 통한 업무지시가 수차례 있었음이 확인된다. 또한 한 배달원이 배달요청을 수락하면 다른 배달원의 스마트폰에서 이 배달요청이 사라지는 시스템상 “즉시 지시”하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 이는 산재심사위원회에서도 판단했듯이 “실시간으로 배송을 지시하고 배송과정을 통제하도록 시스템화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다. 대상판결은 성과급 시스템으로 이뤄진 임금구조를 오인해 판단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배달원이 제공하는 근로의 질이나 양에 의해 수입이 결정된다기 보다는 오로지 배달한 건수라는 객관적으로 수행한 업무 실적의 결과에 의해 산정된 것이며, 배달요청건수의 증가 또는 감소에 대한 이윤 및 손실 발생부분은 사업주보다 배달원에게 귀속되는 것”이라고 했다. 배달횟수나 거리에 따른 배달수수료를 지급받는 것은 업무실적에 비례한 것이다. 이는 근로의 ‘양’에 의해 수입이 결정되는 구조다. 뿐만 아니라 배달수수료는 사업주가 업체로부터 지급받아 당해 노동자에 주급 형태로 지급하고 있었다. 산재심사위원회에서도 “성과급 형태의 금원”이라고 한 바, 이러한 판단이 적절한 것이다. 나아가 배달요청건수의 증가 및 감소에 대한 이윤 및 손실부분은 외형적으로는 배달원에게 있지만, 배달요청업체가 사업주의 영업기반이라는 점에서 외면적으로 재단될 수 없는 부분이다.

라. 핵심 장비의 소유권 및 관리권이 사업주에게 유보된 점이 평가절하돼 판단되고 있다.

이 사건 배달앱에 대한 소유 및 관리권을 통한 사업주가 영리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 이외에 배달대행업체의 운영상 필수적 장비인 ‘오토바이’에 대한 소유·관리권 부분이 제대로 인정되지 못했다. 즉 오토바이는 사업주 및 사업주의 친형이 소유하고 있었으며, 이를 배달원에게 제공했다. 이후 이 사건 사고 이후 배달수수료 명목에서 매일 500원을 공제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원의 인식은 “배달원이 사고 이전에는 무상으로 임대를 받았다”는 것인데, 수백만원의 오토바이를 배달원의 “월 35만원의 사업”을 위해 무상으로 임대해 줄 수 있는 사업주가 몇이나 되겠는가.

마. 법원은 “근로계약서 미작성, 근로소득세 미납부, 산재보험 미가입”의 사유는 사용자가 우월적 지위에서 정하는 것이라고 해서, 근로자성 부정의 사유로 삼지 않고 있다.

대상판결이 인용한 판결에서도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해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고 했다.

재판부는 몇 명의 고등학생 아르바이트를 업무에 종사시키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며, 4대 보험을 가입시키는 사업주가 대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일 뿐만 아니라 법리상 어긋난 판단일 뿐이다. 이 사건 관련 산재심사위원회 판단을 보더라도 “근로소득세 등 제반 법령에 의한 신고를 하지 않았고 배달기사들로부터 이러한 신고를 해 달라는 요청도 없었다는 사실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큰 사항으로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이를 주요 근거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4. 결론

“배달앱 프로그램이라는 시스템으로 독립적 사업을 하는 것은 진정 누구인가.” 대상판결의 문제는 근로기준법 이전에 상식적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데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