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기 변호사(법무법인 산하)

대상판결/ 대법원 2013도1003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1. 사건의 경과


박00 등 삼성에버랜드 노동자들은 2011년 7월13일 삼성그룹과 그 계열사 근로자를 조직 대상으로 해서 전국단위의 노동조합인 ‘삼성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삼성노조 위원장 등 4인은 2011년 8월26일~8월27일께 삼성노조의 신규 설립에 따른 노조의 존재를 알리고 노조 가입을 홍보하기 위해 삼성에버랜드 사업장 내에서 퇴근하는 근로자들을 상대로 노조 홍보물을 배포했다.

이에 대해 삼성에버랜드 경비직원들은 삼성노조의 홍보물 배포 행위를 제지하면서 ‘회사의 허가를 받지 않은 유인물을 배포해서는 안 되고 임직원들의 출입관리 업무에 방해가 되니 나가 달라’고 하며 유인물 배포 중단과 퇴거를 요구했다. 나아가 삼성에버랜드는 기숙사 운행 버스를 당초 기숙사 앞 주차장까지만 운행했는데 노조원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근로자들에게 노조 홍보물을 배포하자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기숙사 운행버스를 기숙사 건물 현관 바로 앞까지 운행했다.

이에 노조원들은 삼성일반노조에 지원을 요청해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등과 함께 2011년 9월16일 오후 6시30분께부터 7시40분께까지 기숙사 건물 현관 앞에서 버스에서 내리는 근로자들에게 노조 홍보물을 배포했다.

삼성에버랜드는 노조 홍보물을 배포한 노조원들과 이를 지원하기 위해 나온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을 공동주거침입죄로 고소했고, 검찰은 ‘사내에서 유인물을 배포할 경우 회사의 허가를 받도록 취업규칙에 규정돼 있고, 삼성에버랜드의 사유지인 직원 기숙사 건물 현관 앞까지 들어간 것은 회사의 의사에 반해 회사의 주거에 침입한 것’이라는 이유로 삼성노조 위원장과 부위원장 및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을 공동주거침입죄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1심은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항소심에서 예비적 죄명으로 공동퇴거불응죄를 추가해 공소사실을 변경했으나, 2심은 공동주거침입과 공동퇴거불응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무죄가 확정됐다.

한편 삼성노조는 삼성에버랜드가 노조 홍보물 배포를 제지한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구제신청을 기각했으나, 법원은 최종적으로 위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15두1151).

2. 사건의 쟁점과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은 기숙사 건물 현관 앞에서 유인물을 배포한 행위가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지 및 위 현관 앞에서 유인물을 배포하던 중 삼성에버랜드로부터 퇴거를 요구받았으나 이에 응하지 아니한 행위가 퇴거불응죄에 해당하는지, 특히 피고인들의 유인물 배포 행위가 정당한 노조활동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대법원은 위 핵심 쟁점에 대해 아래와 같이 피고인들의 유인물 배포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했다.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에서 합목적적·합리적으로 고찰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활동이 정당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행위의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묵시적인 수권 혹은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것으로서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근로자들의 단결 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여야 하며,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관행,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취업시간 외에 행해져야 하고, 사업장 내의 조합 활동은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하며 폭력과 파괴행위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1) ① 피고인 박00, 조00는 피해자 회사의 근로자로서 삼성노동조합에 소속돼 있고 에버랜드 정문 앞에 있던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위 노동조합의 홍보활동을 했는데 피해자 회사에 의해 셔틀버스 정류장이 캐스트하우스 정문 앞으로 옮겨지자 셔틀버스로 퇴근하는 피해자 회사의 근로자들에게 노조활동과 관련된 유인물을 나누어 주기 위해 가다가 이 사건 기숙사 현관까지 가게 됐고 ② 피고인들이 이 사건 기숙사 쪽으로 가면서 일부 근로자에게 유인물을 배포하기도 한 행위는 그 과정에서 폭력적이거나 파괴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등 피해자 회사의 시설관리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지 않아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③ 위 유인물의 내용은 삼성노조의 설립 사실을 알리면서 노조활동을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전체적으로는 피해자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실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등의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들이 정당한 노동조합활동과 관련된 유인물을 배포하기 위해 이 사건 기숙사 현관까지 나아간 행위는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 수단이나 방법,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경위 등에 비추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2)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퇴거를 요구받고도 이에 응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 또한 위와 같은 이유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3. 대상판결의 의의

삼성에버랜드는 삼성노조의 정당한 조합활동인 노조 홍보물 배포를 차단하기 위해 기숙사 근로자들이 이용하는 셔틀버스 하차장을 기숙사 현관 바로 앞으로 이동해 노조 임원들이 근로자들과 접촉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으려 하였다.

이에 삼성노조 임원들이 기숙사 현관 바로 앞까지 진출해 셔틀버스에서 내리는 근로자들에게 노조 홍보물을 배포하자, 삼성에버랜드는 취업규칙상 회사의 허가를 받지 않은 유인물 배포는 허용할 수 없다면서 수십명의 경비직원을 동원해 유인물 배포행위를 제지했다. 더 나아가 유인물 배포 행위에 대해 삼성노조 임원들과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을 주거침입죄로 고소했고 검찰은 주거침입죄로 기소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삼성은 무노조를 유지하기 위하여 온갖 수단을 동원해 왔다. 그런데 삼성에버랜드 노동자를 중심으로 삼성노동조합이 설립되자 삼성에버랜드는 취업규칙을 내세우면서 노조 홍보물 배포 자체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인물의 배포가 정당한 노동조합의 활동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사용자는 비록 취업규칙 등에서 허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유인물의 배포를 금지할 수 없다’고 판시한바 정당한 노조 홍보물의 배포를 회사의 허가를 받아서 하라는 취업규칙 자체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정당한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에서 더 나아가 노조활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노조 임원들을 주거침입죄 또는 퇴거불응죄로 고소하기에 이르렀고, 검찰도 적극적으로 기소에 이르렀다.

삼성에버랜드가 노조 임원들이 근로자들에게 노조 홍보물을 나누어 주려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기숙사 셔틀버스 하차장을 종래의 주차장에서 기숙사 현관 바로 앞으로 이동한 것도 소극적인 노조 활동 방해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셔틀버스 하차장에서 근로자들에게 홍보물을 나누어 주는 노조 임원들을 막아서다 제대로 되지 않자 급기야 평소 개방돼 있는 공간을 위요지라고 하면서 주거침입죄로 고소한 행위는 삼성측이 노조에 대해 얼마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3심 모두 법원은 일관되게 이 사건 노조 홍보물 배포 등 노동조합 활동 행위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한바,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33조, 노동조합의 조직 및 가입을 보호하고 정당한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에 비추어 당연한 판결이라 할 것이다.

또한 법원은 삼성노조의 유인물 배포 등 노조활동을 보조하기 위해 동행한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한바,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의 행위는 삼성노조 활동과 밀접하게 연결된 행위로서 따로 떼어 평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또한 당연한 결론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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