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7.22 월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민변 노동위의 노변政담
불법파견 근절 대신 합법화 선택한 무능한 새누리당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 대외협력부장)
▲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 대외협력부장)

2014년 고용형태공시 결과를 보면 300인 이상 기업 소속 노동자 436만명 중 162만명이 비정규직이다. 이 중 사내하청을 포함한 간접고용은 87만명(10대 재벌그룹 간접고용은 36만명)이다. 같은해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집계된 파견(용역 포함) 규모가 80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재벌·대기업의 간접고용 규모는 엄청난 수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재벌·대기업의 사내하청 상당수는 이미 법원에서 불법파견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불법파견은 자동차·조선·철강 같은 금속산업은 물론이고 서비스·유통·시설관리를 비롯한 다양한 업종에 결쳐 있다.

전국 주요 공단에서는 일시적·간헐적이라는 미명하에 불법파견이 난무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 경활 부가조사와 고용형태공시 결과만 종합해도 한국의 파견노동 비율은 전체 노동자의 약 8.9%(167만명)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다.

이러한 현실에서 최근 새누리당은 고령자(55세 이상), 관리직·전문가,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을 전면 허용하고 도급과 파견의 자의적인 구별기준을 명문화하는 파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새누리당의 파견법 개정안을 보면 첫째, 이른바 뿌리기술, 즉 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표면처리·열처리(6개 공정은 다시 42개 분야로 세분화)처럼 제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공정기술(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 제2조1호)을 활용하는 업무와 관련 장비 제조업무까지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조선·기계·철강 같은 제조업 주요 업종 대부분 공정에 걸쳐 있다. 현행 파견법상 금지된 제조업 파견의 전면허용에 다름 아니다.

둘째, 55세 이상 고령자와 한국표준직업분류 9개 대분류 중 사무직을 포함한 대분류1(관리자)과 간호사·교사·기자를 비롯한 대분류2(전문가)에 대한 무분별한 파견허용은 일자리 창출 실효성이 없는 데다, 현행법상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의 파견 규제만 무력화할 공산이 크다.

셋째, 도급과 파견의 구별기준과 관련해 개정안은 지금까지 법원이 제시한 3개의 범주 중 재벌·대기업이 꾸준히 주장한 것처럼 원청이 도급으로 가장하기 어려운 ‘계약의 내용’(계약 목적의 특정성, 일의 완성 후 인도와 수령의 필요성, 담보책임 등)과 ‘계약당사자의 적격성’(사업경영상의 독자성 등) 범주는 제외한 채 도급으로 가장하기 용이한 ‘계약의 이행’ 범주만을 제시했고, 계약의 이행 범주와 관련해서도 기존 판례보다 대폭 완화된 기준을 내놓았다.

다시 말해 기존 판례는 원청의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작업 배치·변경, 지휘·명령, 근로시간 및 휴가 관리가 ‘간접적이고 상당한’ 정도여도 파견 징표로 볼 수 있고 징계권 행사는 편면적인 파견 징표로 판단했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원청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하청노동자들에게 위 권한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도급으로 볼 개연성이 높게 돼 기존 판례 법리에 반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계약의 이행과 관련한 핵심 요소들조차 파견 징표에서 배제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원청의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산재예방조치와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지원은 작업지시나 직무교육과 구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고충처리는 고용노동부 매뉴얼을 보더라도 매우 포괄적이어서 인사노무관리나 작업지시도 이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에도 새누리당의 파견법 개정안은 이들을 모두 파견 징표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했다. 나아가 시행령으로 파견 징표에서 배제될 사항을 추가할 수 있도록 규정해 파견으로 인정될 여지를 대폭 축소했다.

결국 새누리당의 파견법 개정안은 파견을 전면 확대하고, 재벌·대기업의 사내하청은 파견법의 규제도 받지 않는 도급으로 합법화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불법파견의 해법을 제시하랬더니 오히려 법 개정을 통해 불법을 합법으로 둔갑시키려 한다.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다.

뿌리산업의 일부 부족인력은 해당 일자리의 양질화와 뿌리산업법상 정부의 실질적인 투자와 관리로 해결해야 한다.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에 고령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현실에서 파견 확대 등의 꼼수가 아닌 더욱 적극적인 일자리 정책이 요구된다. 나아가 도급과 파견의 구별기준은 도급의 요건을 모두 제시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파견으로 의제해 사용자의 탈법 여지를 봉쇄해야 한다.

직접고용은 노동법의 대원칙이다. 소위 ‘사람 장사’에 불과한 간접고용, 특히 현실의 파견노동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이미 70여년 전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는 필라델피아선언이 있었다. 새누리당은 재벌·대기업의 청부입법이라는 혹평을 듣고 있는 파견법 개정안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이용우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용우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