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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동자의 아내김두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 김두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노동자의 아내 두 명이 산업재해소송을 하고 싶다고 찾아왔다. 노동자 한 분은 뇌혈관계질환으로 의사표현이 어려워진 상태고, 또 한 분은 사망해 아내들이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두 아내는 배우자가 산재를 당했다는 과거의 사정은 동일하나,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앞으로의 사정은 전혀 달랐다.

한 분은 아무리 봐도 소송이 어려워 보였다. 발생한 질병과 관련해 법령이 인정하는 기준에서 너무 멀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질병 발생 직전 수행했던 업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고 또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를 입증할 방법이 도무지 없었다. 작업환경이 기록된 문서도, 이를 촬영한 사진도, 증언해 줄 증인도 없었다. 재해자 본인의 말은 법원에서는 "한쪽 당사자의 주장"이 될 뿐이지만 그나마도 이번 질병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노동조합 유무 따라 산재인정 엇갈려

또 한 분은 사정이 괜찮았다. 재해자가 수년간 근무해 온 내역과 스트레스를 받게 된 구체적인 사실관계, 근무지 이동 등 대부분의 사실관계가 문서로 정리돼 있었다. 사고 직후 동료들의 진술도 모두 기록돼 있고, 재해자가 처해져 있던 상황과 행동을 구체적으로 법정에 나와 증언해 줄 증인도 여럿 있었다.

두 아내가 처한 앞으로의 상황이 이리도 달라지게 된 데에는 노동조합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컸다. 대개의 노동조합에는 노동안전 담당자들이 있고, 이들은 현장의 업무내용과 유해성을 평가하고 자료를 남겨 둔다. 소송 진행 과정에서는 증인확보도 쉽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있는 사실을 사실대로 증언하려 해도 사업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반면 노동조합이 있으면 노동조합이 지켜 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증인을 구하기 수월한 면이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때그때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업장 내에 재직 중인 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한 법인데, 노동조합이 없으면 그러한 조력자를 찾기가 무척 어렵다.

노동법은 노동자 간 정당한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징계나 해고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의 대가인 임금과 퇴직금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보호장치를 두고 있다. 그러나 법이 아무리 잘돼 있어도 소송을 통해 구제받으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고, 노동조합이 없으면 그러한 증인과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우니, 실질적으로 구제받기가 녹록지 않다.

그렇다. 노동법이 아무리 좋아도(물론 악법도 많다) 노동조합이 없으면 노동자들은 그 보호를 제대로 누리기 어렵다. 아무리 노동법에 해박한 변호사라도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을 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회사를 상대로 하는 소송에서 노동자는 증거 확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 조력해 줄 노동조합마저 없으면 정말 어렵다. 노동조합 법률원에 몸담고 있어 대개 노동조합의 지원 아래에 있는 노동자를 대리하는 나는 변호사로서 사정이 참 괜찮은 편 아닌가.

그런데 불행하게도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년째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스웨덴은 70%, 영국은 30% 정도이고, 일본 역시 20%대라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8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현재 한국의 임금근로자가 약 1천880만명 가량이니, 이 중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 1천690만명이 위의 두 아내 중 앞의 사례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결성됐더라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까지 감안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 조직률을 끌어올려야겠지만, 노동조합 때문에 경제발전이 안 된다고 떠들어 대는 자가 과반의석 여당 대표인 현실에서 쉽지만은 않은 일로 보인다.

노동조합도 박살 낼 노동법 개악 질주

노동조합이 있어도 노동법이 나쁘면 배겨 낼 수 없다. 노동조합에게는 단체협약이라는 강력한 보호수단이 있지만, 단체협약도 노동법의 강행규정을 이길 수는 없다. 또 모든 부분을 단체협약에 집어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법의 보호 밖에 있는 90%의 노동자들을 조직하기도 바쁜 마당에 그 법마저 누더기로 만들어 버리려는 박근혜 정부의 브레이크 없는 노동법 개악 질주마저 막아 내야 한다. 이래저래 노동자하기 힘든 시절이다.

김두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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