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준 공인노무사(한국노총 정책본부)

중소기업중앙회 여직원은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아 해고된 지 한 달 만에 자살했고, 위메프 수습사원들은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당한 뒤 수습기간이 끝나자마자 전원 해고됐다. 두 사건 외에도 청년들이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부당한 노동을 강요받는 사례가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언론들은 앞다퉈 이러한 사례를 보도하면서 문제가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소외된 청년들의 개인적 삶에 대한 재조명 작업도 함께 이뤄졌다. 그러나 피해 예방과 구제를 위해 기업의 비정상적인 행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다소 미온적이었다.

사회·경제구조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에서는 이미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 사회적 이슈로 공론화됐다. 일본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업의 비정상적인 행태에 초점을 맞춰 “과중한 노동, 위법적인 노동을 통해 청년들을 대량으로 쓰고 버리는 신성장 기업”을 ‘블랙기업’으로 규정하고, 블랙기업을 퇴출시키기 위한 여러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저자(시미즈 나오코)가 속해 있는 '프레카리아트 유니온'과 이 책을 기획한 '블랙기업피해대책변호단'이 대표적인 블랙기업 대응단체다. 저자는 그간 피해자 상담과 실제 교섭을 담당하면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이 책에 녹여냈다. 이 책은 블랙기업이 어떤 것인지, 어떠한 행태로 개인을 파괴하는지, 이에 맞서 개인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일본 사례가 중점적으로 다뤄지는데,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노동법체계가 비슷한 데다 용어설명과 번역이 잘돼 있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한 것처럼 개인 스스로가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률과 보호절차를 숙지하고, 블랙기업의 부당한 처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역량과 힘을 키우는 것이 가장 선결적이고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그렇지만 블랙기업들은 문제를 제기하는 개인을 쉬이 용인하지 않는다. 개인의 역량과 힘만으로 그들을 상대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블랙기업의 대처에 짓눌리지 않고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피해를 받은 직장동료들과 연대해야 한다. 기회가 된다면 기업 내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기존 노동조합에 가입해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개인들이 가진 역량과 힘을 모아 낼 수 있을 때 비로소 블랙기업의 횡포에 유연하고 강하게 대응할 수 있다.

부당한 처우와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받으면서도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으레 있는 일이겠거니’ 하며 참고만 있지는 않는지, 요구받는 업무들이 도저히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은 아닌지, 취업준비생이라는 급박함에 아무 기업이나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곰곰이 따져 봐야 한다. 블랙기업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언제든지 이와 맞설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블랙기업은 청년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청년들을 착취하는 블랙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발붙일 수 없도록 항상 예의주시하고 감독하자. 기업들 역시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벼랑 끝에 서 있는 청년들을 껴안고 다독이며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처럼 사회 전체가 연대해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 청년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다.


* <이 회사도 블랙기업일까?>
블랙기업피해대책변호단 기획/ 시미즈 나오코 지음/ 전형배 옮김/ 청년유니온 감수/ 값 13,500원 개마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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