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희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지난달 19일 KBS 뉴스에서는 어느 자동차판매대리점에서 대리점주가 노동자를 폭행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방송됐다. 폭행과 욕설의 정도는 심각했고, 또 그런 상황이 지속됐다는 사실이 관련 영상에서 확인됐다. 그 대리점주는 왜 그렇게 노동자를 폭행했을까. 그 이유는 2015년 이 시대 슬픈 노동권의 자화상을 투영하듯,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헌법 제21조1항은 모든 국민에게 결사의 자유를 부여하고 있다. 나아가 헌법 제33조1항은 근로자의 기본권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명시하고 있다. 국민 누구든지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단체를 조직할 수 있는 전통적 기본권인 결사의 자유, 나아가 사용자와의 불평등한 관계에서 종속노동을 제공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자주적인 단결체인 노동조합을 통해 집단적으로 근로조건을 향상하고자 하는 단결의 권리를 대한민국이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얼마나 향유하고 있을까. 2015년 우리의 현실은 참 가슴 아프다.

폭행당한 노동자에게 전해 들은 자동차판매대리점 노동자들의 현실은 그야말로 열악했다. 차를 한 대도 못 팔면 급여통장에 입금되는 돈은 거의 없다. 조회를 시작으로 대리점뿐 아니라 자동차 제조사 본사의 교육까지 이수해야 하고, 할당되는 판촉활동도 의무적으로 수행하며, 판매량이 저조하면 본사 판매부진자 교육까지 이수해야 한다고 한다. 판매를 위해 본사는 대리점 근로자에게 사번과 직책을 부여하고, 또 개별근로자들의 통장까지 뒤지며 감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리점주나 본사의 눈 밖에 나면 당직에서 배제되고 대리점에서 해고되며, 명단이 공유돼 같은 브랜드 대리점에 채용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열악한 노동조건을 노동조합을 통해 해결해 보고자 노조를 만들게 됐다는 것이 해당 노동자의 전언인데, 노조를 만들고 나서 이 노동자는 폭행과 협박, 모욕·상해에 심지어 성추행까지 당했다고 실토한다. 노조를 만들었고 이를 주도했기에 본사로부터 대리점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며 대리점주는 노동자에게 대리점에 출근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자동차 판매를 위해 필수적인 계약서조차 지급하지 않고 한 달간이나 노동자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현실이 일개 사용자의 돌출행동이라고 치부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통해 노동권의 현실이 바닥이라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 노조에 제보를 했다고 인사고과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고 회사 인사팀에 불려 다닌 노동자의 상담전화를 받았다. 그는 감시와 도청을 의심하고 있었다. 노조를 조직하려다 해고되고 가압류와 손해배상 문제로 고민하는 노동자들의 상담전화도 잦다. 굳이 노조를 깨기 위해 전문가들까지 조직적으로 움직인 컨설팅업체나 노조 와해를 위해 전직깡패 등 수십여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한 회사 사례를 들지 않아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헌법이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는 것은 국민이 이를 방해받지 않고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한 현실적 보장의 기반에서 모든 노동정책과 경제정책이 설계되고 추진되는 것이 일반적인 자유민주국가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는 헌법, 보장되지 않는 권리, 그 무너진 노동자의 권리에 더해 2015년 이 나라 정부는 노동개혁만이 나라가 나아갈 방향이라며 고용유연성을 높여 청년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으로 일반해고·임금피크제, 기간제법 사용기간 연장, 파견법 파견대상업무 확대를 강행하려고 한다.

결국 2015년 우리는 더 싸워 나가야 하고, 싸울 수밖에 없다. 1931년 을밀대 지붕에 앉아 농성하던 강주룡처럼 말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