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년제 대학에 간호학과를 만들겠다고 밝힌 가운데 간호대학생들과 현직 간호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없이 공급인력만 대규모로 확대할 경우 장시간 노동·저임금 현실이 고착화하고 질 낮은 간호서비스가 양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간호대학생연합과 '2년제 간호학제 신설 반대를 위한 협의체'는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2년제 간호인력 신설 폐기 총력투쟁 선포식'을 열고 "정부는 2년제 간호인력 신설을 포함하는 의료법 개정안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선포식에는 전국에서 모인 간호대 학생들과 교수, 간호협회 관계자 등 3천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의료법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되면 간호대 학생들이 대규모 취업난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방문간호사 출신 송명은 협의체 공동대표는 "간호대학 정원을 늘린 끝에 매년 배출되는 2만3천명의 간호인력의 절반 가까이가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2년제 간호인력을 신설하면 8만 간호대 학생들의 취업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인력공급을 늘리기에 앞서 현직 간호사들이 일터를 떠나지 않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구조로 인해 대학을 졸업한 간호사의 40%만이 취업하고 있고, 일이 힘들어 직장을 떠난 간호사들의 빈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지면서 간호노동이 저질의 일자리로 전락하고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로 바꾸려는 노력 없이 인력공급만 확대할 경우 간호사 대량실업 사태와 저질 간호서비스 양산이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선포식 참가자들은 "간호교육 하향화가 간호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져 국민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부는 간호사들이 현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전문대에서도 간호조무사를 양성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8월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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