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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집단 수은중독 사건 막을 수 있었다
"헬조선 진짜 후진국이다. 바닥에 수은이 깔려 있는데 방진마스크 하나 주고 작업시키다니. 진짜 대단하다.”

남영전구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집단 수은중독 사건을 접한 한 트위터 이용자(@ping****)의 말이다. 노동계는 물론 이번 집단 수은중독 사건을 접한 시민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현재까지 광주공장 철거작업에 투입된 근로자 4명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다음주에는 6명이 추가로 할 예정이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임시건강진단명령을 받은 근로자는 47명이다.

사실 미나마타병으로 알려진 수은중독은 낯설다. 1988년 문송면군이 수은중독으로 사망한 이후 산업안전 문제를 제기해 산재 제도를 정착시키는 성과를 이뤄 냈던 전문가들도 집단 수은중독 사실에 놀랄 정도다. 유독물질 수은은 새까맣게 잊혔다. 위험한 물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지난해 국제협약에 서명한 정부의 관리·감독도 수준 이하다. 2011년 기준으로 10톤 넘는 수은이 수입됐다는 조사가 있지만 어느 공정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자세한 밑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집단 수은중독 사태는 이 넓은 사각지대 속에 이미 잉태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사각지대만으로 이번 남영전구의 수은중독 사태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이번 사태에도 '골든타임'은 있었다. 만약 남영전구가 “수은이 공장에 있다”고 철거공사를 위탁한 업체에 얘기했다면 얘기는 달라졌다. 하지만 남영전구는 공사를 맡겼으니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모르쇠로 일관했다. “근로자는 하청업체에서 책임질 일”이라는 답변 태도는 인식 수준을 드러낸다. 남영전구는 초반에는 “형광등 생산을 중단한 공정에 수은이 있을리가 있겠냐”며 잔류수은의 존재를 전면 부정하기도 했다.

1962년부터 전구를 생산한 남영전구는 수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남영전구의 무책임한 태도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기업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최근 인터뷰한 김영기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은 “홍보에 수십억원을 쏟아부어도 안전사고 몇 번이면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며 “안전에 대한 투자는 기업의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남영전구가 노동자 안전에 들어가는 돈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아니 산재 사고를 낸 기업주를 엄벌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번 집단 수은중독 사태가 사업주 인식과 제도를 바꾸는 거름이 되길, 그래서 제2의 수은중독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지금도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산재로 고통받고 있다.

구태우  ktw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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