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개원 20주년을 기념해 27일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노동조합 조직화전략 모색을 위한 국제세미나. 정기훈 기자

잘 안 되는 것은 모든 게 노조 탓인 시대다. 정부와 새누리당 논리에 따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도, 지지부진한 금융개혁도, 심지어 기타공장이 망한 것도 노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논의하는 노사정 협상에서 노동 3권을 보장한다거나 노사정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틈만 나면 노동개혁을 강조하는 주무부처 장관도, 집권여당 대표도 노동권 보장을 좀체 언급하지 않는다.

노조 힘이 세지고 노조가 늘어나면 국가경제가 어려워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 정부·여당의 이런 주장은 국제적인 웃음거리일 뿐이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개원 20주년을 맞아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개최한 국제세미나에서 정부·여당 고위관계자들의 인식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노동조합자문위원회(OECD-TUAC) 롤랜드 슈나이더 선임정책자문위원은 “보수적인 정치가나 경제학자들은 노조가 조직화될수록 고용이 어려워지고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하는데 실제는 정반대”라며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했다.

2014~2015년 세계경제포럼 지수에 따르면 글로벌 경쟁력 10위 안에 드는 나라의 2012년 기준 노조조직률은 모두 우리나라 조직률(10%)보다 높았다. 스위스(1위·16.2%)·미국(3위·11.1%)·독일(5위·18%)·일본(6위·18%)·네덜란드(8위·17.7%)를 제외하고는 모두 20% 이상의 노조조직률을 보였다. 심지어 글로벌 경쟁력 4위인 핀란드의 노조조직률은 68.6%, 경쟁력 10위인 스웨덴은 67.5%나 됐다. 노조조직률 10%인 우리나라의 글로벌 경쟁력은 26위에 그쳤다.

우리나라보다 노조조직률이 떨어지는데도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나라는 프랑스(23위·7.7%)뿐이었다.

슈나이더 자문위원은 OECD-TUAC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긴밀히 조율되는 단체교섭이 진행되는 국가일수록 실업률과 소득불평등이 낮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상자기사] 최근 2년간 조합원 30만명 늘린 일본렌고

우리나라와 이웃한 일본렌고의 경우 비정규직을 포함한 고용형태가 다양해지고 서비스산업 종사자가 많아지면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조조직률이 크게 떨어졌다.

27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주최한 국제세미나에 참석한 야마네키 하루히사 일본렌고 조직본부장에 따르면 한때 800만명에 육박했던 렌고 조합원들이 2015년 현재 680만명으로 줄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적극적인 조직화로 노조원수가 증가추세로 돌아선 점이 눈에 띈다. 일본렌고는 2007년부터 본부에 전담팀을 설치하고 본부-산별연맹-지역렌고가 연계하는 ‘삼위일체 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8년 동안 100만명 가까이 조합원을 늘렸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30만명이 넘는 조합원을 추가로 끌어들였다. 하루히사 본부장은 “지난 2년간 노조를 탈퇴하거나 노조가 없어진 것을 감안하면 8만명에 가까운 순증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일본 노사관계 특유의 신뢰형성이 밑바탕이 됐다는 점에서 한국과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루히사 본부장은 “일본의 경우 사용자들이 고용확보·노사협의·적정배분이라는 3대 원칙을 약속하고 노조도 건전한 노사관계를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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