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남영전구 광주공장 안에서 일한 근로자만을 조사 대상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수거·폐기된 고철을 다룬 근로자들까지 찾아낸 뒤 이들에 대한 전면적인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

이철갑(53·사진) 조선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의 말이다. 지난 22일 오후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이 교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은은 물론이고 납이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 취급 노동자들에 대한 건강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남영전구 수은 피해자들을 만났다고 들었다. 현재 상태는 어떤가.

“언론보도를 통해 사건의 얼개는 거의 다 드러났다고 본다. 현장에 있었던 근로자들의 증상은 정확하게 수은중독과 일치한다. 근로복지공단이나 안전보건공단이 역학조사를 한다며 시간을 끌 필요가 있을까 싶다. 명백한 산업재해다.”

- 공장 밖에 제2, 제3의 노동자가 있을 가능성은 없나.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동부는 ‘굳이 저렇게 심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치밀하게 조사를 벌여야 한다. 당장 공장에서 수거된 고철을 처리한 근로자들부터 찾아야 한다.”

- 고철 처리 노동자들이 수은에 노출됐을 거라고 보나.

“고철·비철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검진해 보면 체내에 수은이나 납 같은 중금속 비율이 높은 것으로 측정된다. 이들은 자신이 취급하는 쇳덩이에 중금속이나 유해물질이 묻어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고철·비철 종사자의 중금속 오염 문제까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로서 남영전구 수은 중독사태를 어떻게 평가하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위험업무가 다단계 하도급을 거쳐 하청노동자에게 전가되고, 그 과정에서 누구도 위험사실을 알려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철거업무를 발주한 실질 책임자인 남영전구가 가장 중요한 안전보건관리 의무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같은 사고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영전구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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