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출범하게 될 인터넷전문은행은 성공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전문가들의 전망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쪽이 우세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금융시장에 리스크 부담을 안길 수밖에 없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쏟아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날 토론회는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금융노조·금융경제연구소·경실련이 공동주최했다.

◇"정부의 인터넷전문은행 기대효과 회의적"=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점 없이 인터넷이나 전자매체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은행이다.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하고, 중금리 대출이 활성화하고, 유관산업 발달에 따른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헌 숭실대 교수(금융학부)는 이 같은 기대효과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윤 교수는 발제에서 "핀테크가 사람들의 삶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마냥 무시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산업에 미치는 득이 크지 않고, 소유구조 측면에서 보면 은산분리 완화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큰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은행권 순이자마진(NIM)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신설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들보다 더 낮은 금리·수수료 혜택을 제공해 성공할 수 있겠냐"며 "만약 인터넷전문은행이 규모의 경제를 향유할 수 있다면 가격 우위가 가능하겠지만 기존 은행이나 저축은행과의 경쟁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은 10%대 중금리 대출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빅데이터를 신용심사에 활용해 신용리스크를 줄이면 자금비용이 절감돼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빅데이터 분석이 인터넷전문은행만의 특수능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대출업무를 취급해 온 기존 은행이 새로 들어오는 기업들보다 빅데이터 분석에서 떨어질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되레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초기 광고비용, 자금조달 비용, 보안투자에서 큰 비용이 발생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서는 "접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현행 4%에서 50%(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제외)로 상향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윤 교수는 "산업자본이 은행의 주인이 되면 극단적으로 모기업의 사금고 역할을 할 수 있고, 금융활동을 통해 습득한 정보를 모기업에 전달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할 경우 기존 은행산업이 어려워져 부실화될 수 있고, 실패해도 예금자 부담이 확대되고 다른 핀테크 사업 추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어떤 경우든 리스크가 수반되기 때문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두가 걱정하는데 금융당국만 "걱정 없어"=토론자들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우려했다. 임수강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주장하는데 기존 은행으로까지 확대해 고용총량을 보면 일자리가 오히려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 초기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예금 이자율을 높이고 수수료율은 낮추는 가격경쟁에 나설 경우 기존 은행도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수익악화로 이어진다. 결국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 속에서 수익이 낮아진 은행들은 점포 축소와 인원감축 같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대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90년대 중반 미국의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차별성 없이 소매금융 분야에 치중했다가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대부분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이윤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은산분리를 건드리지 않고 현행 은행법 체계를 유지하려면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산업이나 증권사만 할 수 있다"며 "은행에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를 주면 은행산업에 혁신이 일어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 과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보다는 중금리시장에서 제2금융권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은행과 사업내용에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는 예비인가 시점에 사업계획이 공개되면 그때 가서 판단해 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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