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기획재정부 출신 '예산전문가'가 복지부 차관에 임명됐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다. 방 차관은 1985년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대통령 비서실과 옛 농림수산식품부 경력을 제외하고는 줄곧 예산 관련 부처에서 일했다. 특히 2010년 12월 기재부 대변인을 맡은 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부터 기재부 예산실장과 기재부 제2차관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일각에서는 힘 있는 부서의 주요 인사가 와서 복지부에 힘이 실리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한다. 그러나 우려가 더 크다. 일단 그에게는 복지 관련 경력이 전혀 없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 산하에서 기재부 기조는 '복지 졸라매기'에 가깝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유사·중복 복지사업을 정리한다며 사실상 지자체 복지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방 차관은 공공의료기관을 포함한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맡은 인사로 알려졌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이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복지부에 왔으면 복지부 뜻에 맞게 일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우려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이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환자 유치와 원격의료,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이다. 이런 까닭에 노동계 관계자는 "2016년 건강보험료 국가지원 종료, 의료민영화, 복지긴축 정책을 둘러싼 전쟁을 치르기 전에 장수를 교체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포함해 박근혜 정부는 보건복지부문에서 잇따라 허점을 드러냈다. 복지를 얼마나 편협하게 다뤄 왔는지를 보여 줬다. 복지는 수익창출용이기에 앞서 사회안전망이다. 그러나 송파 세 모녀는 예산을 아끼고자 지원자를 최대한 걸러내는 사회보장시스템에 의해 배제당했고, 공공병원은 적자를 이유로 외면받아 왔다. 이는 결국 공공에 대한 불안과 위협을 초래했다.

경제위기가 심화하고 복지수요는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 복지정책 보완이 절실한 시점이다. 방 차관은 '예산전문가'가 아니라 '복지전문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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