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매일노동뉴스 독자편집위원회(위원장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는 최근 매일노동뉴스가 단독보도한 수은 집단중독 사건에 대해 “생명을 위협하는 유해물질 관리에 경종을 울린 훌륭한 기사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처럼 중대한 사건을 사회여론으로 형성하는 과정이 전반적으로 부족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9·15 노사정 합의 보도는 숲을 볼 수 있는 심층기사가 부족했고, 국정감사 보도는 노사정 합의 후속기사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독자편집위 5차 회의가 열렸다. 김동원 위원장 사회로 열린 회의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김동욱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 대신 김종국 한국경총 홍보팀장이 참석했다. 윤자영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대표이사가 직접 의견을 청취했다.

독자편집위는 이날 매일노동뉴스 7~10월호 중에서 △9·15 노사정 합의 △2015년 국정감사 △수은 집단중독 등 기획기사를 모니터링했다.

“노사정 합의 보도 차별성 없었다”

김동원 위원장 : 벌써 5차 회의가 됐다. 지난 7월2일 4차 회의 이후 9·15 노사정 합의 등 많은 일이 있었다. 활발한 토론이 기대된다.

연윤정 편집부국장 : 이번 5차 회의에서는 노사정 합의 이후 보도와 국정감사, 그리고 매일노동뉴스가 특종을 터트린 수은 집단중독 같은 기획성 기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부탁한다.

김동원 : 먼저 노사정 합의부터 살펴보자.

강문대 변호사 : 노사정 합의에 대해 자세한 후속기사가 나왔다. 그런데 노사정 합의에 대한 매일노동뉴스의 방향 또는 입장이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노사정 합의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보도는 충실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입장이 떠듬떠듬 드러나는 것 같긴 하지만 상당히 조심하는 것도 같다. 매일노동뉴스는 이런 예민한 사건을 보도할 때 어떤 내부적 원칙과 기준을 갖고 하는지 궁금하다. 외부에서 볼 때는 정확한 원칙이 없어 보여 한 말씀 드린다.

김종국 홍보팀장 : 내용적 측면에서는 중앙 차원의 보도만이 아니라 노사정 합의로 영향을 받는 근로자나 기업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포커스를 두고 보도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김동원 : 좋은 말씀이다. 합의 주체 중심으로만 보도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양대 노총·경총·정부·국회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일반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다뤘으면 좋았겠다.

박성식 대변인 : 매일노동뉴스만의 특색이 있거나 기획성 기사를 냈더라면 시선에 들어왔을 텐데 이번에는 다른 매체들과 비슷했다. 노사정 합의 전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중심으로 이슈가 생산되다 보니 외곽에 있는 민주노총이 여론에서 배제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 부분을 매일노동뉴스가 살펴줬으면 어땠을까. 또한 정부 입장과 같거나 더 나갔다고 보이는 기업의 속내를 추적해서 볼 수 있는 기획이나 인터뷰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정부는 노사정 합의를 하면서 청년고용을 프레임으로 내세웠다. 실제 고시촌이나 노동시장에 나가 있는 청년들의 모습을 찾아가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볼 것을 요청한다.

강훈중 대변인 : 노사정 합의를 둘러싼 매일노동뉴스 보도가 다른 매체와 비교해 차별적이지 않았다. 합의 직전에 정부는 경제장관 기자회견을 열고 빨리 합의하지 않으면 강행할 수 있다고 사실상 협박했다. 매일노동뉴스는 뭔가 다를까 싶었는데 (정부 메시지) 그대로 쓰더라.

노사정 합의 이후 한국노총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분신 시도까지 하는 등 진통이 컸다. 이런 과정을 거쳐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례적으로 표결 끝에 통과됐다. 그런데 매일노동뉴스는 끝까지 반대하는 소수 입장을 계속 담으면서 자극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오히려 합의 이후에는 좀 더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5대 노동개혁 입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합의 내용과 연결되는 것처럼 섞어서 발의하다 보니 마치 한국노총이 합의한 것처럼 다루는 언론도 있더라. 무엇이 합의됐는지, 무엇이 후속과제인지 매일노동뉴스가 다뤄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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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있고 숲은 없는 노사정 합의 보도

이강택 전 위원장 : 저 역시 읽을수록 혼란스럽고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다. 나무는 많았는데 숲이 없었던 것 같다. 매일노동뉴스가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하게 짚어 줄 필요가 있다. 이런 점이 안 보이니 국면 전환이 되고 사안이 섞이면서 숲이 안 보이게 된 것 같다. 또한 궁금증 해소가 부족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합의했는데 왜 그랬는지 지속적으로 밝혀내야 한다. 민주노총의 대응 역시 합리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점이 많다. 왜 저렇게밖에 안 되는 것일까. 이것이 매일노동뉴스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이다.

김동원 : 말씀 감사하다. 매일노동뉴스는 대체로 팩트에 의한 사실보도에 충실하다. 다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배경에 관한 보도나 심층보도가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노사정 합의에 대한 평가가 분분하다. 학자도 국민도 혼란스럽고 정리가 안 된다고 한다. 설문조사 등으로 평가했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경영계 목소리가 없다. ‘정부안=경영계’라고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당사자인 경영계 목소리도 담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사정 합의 뒤 후폭풍이 항상 있었다. 역사적 맥락을 따져 보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것도 좋은 시도일 것 같다.

강훈중 : 이번 합의는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마라톤에 비유하면 반환점 정도를 돈 것이다. 마치 다 끝났다, 모든 것을 내줬다고 단정 짓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중요한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계속 예의주시하면서 관심 있게 취재하는 게 필요하다.

노사정 합의에 묻힌 국정감사

김동원 : 다음으로 국정감사에 대해 말씀해 달라.

강훈중 : 올해 국정감사는 노사정 합의와 관련한 내용이 많았다. 정부의 일방강행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한방이 없었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정부의 턴키방식 홍보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과거 군사정권 시대에는 총칼로 언론을 통제했다면 지금은 돈으로 한다. 광고뿐 아니라 기획기사까지 개입한다. 매일노동뉴스가 언론의 자율성 차원에서 그 문제를 좀 더 다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강문대 : 올해 국정감사는 전반적으로 부실했기에 보도에도 어려움이 따랐을 것 같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지적하고 제기했다면 어땠을까. 일정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앞서서 당겨가는 모습도 필요하다. 수은 집단중독 보도가 일찍 (국정감사 기간에) 나왔더라면 더 이슈가 되지 않았을까.

김종국 : 일반 언론에서는 노동 관련 국정감사를 거의 다루지 않은 반면 매일노동뉴스는 풍부하게 다뤘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박성식 : 이번에는 국정감사의 힘을 보여 주지 못했다. 이슈 제기의 공간이 되지 못했다. 뭘 했나 싶을 정도로 그냥 훅 지나갔다. 매일노동뉴스가 정리해 주는 꼭지를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박성국 대표이사 : 한마디 덧붙이겠다. 노사정 합의는 9월13일(합의문 의결은 15일)에 있었고 새누리당이 16일 5대 노동개혁 입법안을 발표했다. 그러다 보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중심의 국정감사가 실종됐다. 새누리당이 입법전쟁으로 몰아간 면이 없지 않다. 노사정 합의가 현재진행형이기도 하고 새누리당 입법안이 지배하는 분위기가 국정감사에까지 영향을 미친 데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노동개혁이 실종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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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중독 특종 제대로 못 살려 아쉽다”

김동원 : 노사정 합의가 끝난 뒤 여진이 이어졌고 국정감사에서는 새로운 이벤트가 없었다. 다음으로 수은 집단중독·디센트 워크·강남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건에 대한 기획기사를 살펴보자. 오히려 국정감사보다 할 말이 많지 않을까 싶다.

박성식 : 시리즈·기획기사에는 매일노동뉴스가 가진 참신성·강점·심층성이 전반적으로 잘 드러났다. 다만 스크린도어 기사는 디센트 워크 기사와 달리 시리즈·기획기사인지 잘 인지하지 못했다. 개별기사로 느껴지며 스치듯 지나갔다. 형식상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다.

최근 보도된 수은 집단중독 기사는 단독보도이자 특종이라고 하지만 초기에는 잘 인지하지 못했다. 단독이나 특종을 잡았을 때 이슈파이팅을 하고 싶다면 오피니언 리더나 관계자들에게 바로 보도사실을 알려 주고 주목시키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연락을 받았다면 저희도 빨리 수은 집단중독 문제에 주목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이강택 : 수은 집단중독 보도는 안타깝게도 정말로 ‘단독보도’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굉장히 중요하고 충격적인 내용이다. 얼마든지 바이럴(감염·전파)을 일으킬 수 있는, 충분히 그럴 만한 소재라고 본다. 그런데 이것을 상당 기간 혼자서 보도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이 매일노동뉴스 독자적 입지를 위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매체가 어떻게 받게 만들 것인가, 어떻게 여론형성을 할 것인가를 본격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SNS 영역도 중요하다. 모든 매체가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매일노동뉴스가 기본적인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다.

김종국 : 디센트 워크 기사는 좋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매일노동뉴스의 특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강문대 : 디센트 워크 같은 집중분석 기사가 낯설다는 말씀인 것 같다. 저는 오히려 낯설어서 더 좋았다. 이런 기획이나 심층보도는 좋다. 이왕 하는 거 좀 더 깊이 들어가서 전쟁을 한 번 치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청년고용 같은 주요 의제에 대한 토론 베이스로 충분히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있는 내용을 다뤘으면 한다. 과거 문송면군 수은중독 사망 당시엔 사회적 파장이 컸다. 이번 수은 집단중독 사건의 경우 사회적으로 활발히 의제로 반영되는 장치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노동의제로만 다룰 경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김동원 : 이런 일이 또 벌어졌다니 어이가 없다.

강문대 : 이 사건에 대해 계속 집중해 주길 바란다. 화학물질 정보를 노동자에게 알려 주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다뤄야 할 것이다.

이강택 : 노동의제로만 접근해서는 잘 확산되지 않을 것이다. 시민·환경·지역단체와 연결돼야 한다. 이번 사건의 사이즈와 파장에 대해 자문을 구해 보라. 잘만 하면 SNS에서 화제를 몰고 다닐 수 있다. 그러려면 한두 개 정도 제대로 인스타그램으로 만들어 SNS에 띄우는 것을 지금이라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매일노동뉴스 자체 힘만으로는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매체를 끌어들이는 방법을 좀 더 고민하길 바란다.

강훈중 : 수은 집단중독 보도는 상당히 돋보이고 의미가 있었다. 아직도 유해물질 관리가 엉망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생명과 직접 관련된 유해물질이 허술하게 다뤄지고 있다. 이번 보도가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런 사건은 우리 사회 밑바닥에 만연한 인간경시 풍조를 보여 준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해 달라.

김동원 : 수은 집단중독·디센트 워크·스크린도어 사망사건 모두 뛰어난 기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일과 삶의 질’에 대해 기획하면 어떨까.

제가 참석했던 한 국제회의에서 한국이 1인당 3만달러 수준의 선진국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한 유명한 캐나다 학자가 한국 사람들은 매일같이 아침부터 밤까지 일만 하고 연금도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매섭게 공격하더라. 최근에는 프랑스에서 <한국인들은 미쳤다>라는 책까지 나왔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한국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부른다. 직장이 사람 잡는 시스템이다. 일과 삶의 질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

강훈중 : 장시간 근로를 해소하는 게 첫 출발이 돼야 한다.

박성식 : 매일노동뉴스가 그 주제로 연중캠페인을 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주제와 벗어난 이야기 하나만 하겠다. 지난 16일자로 실린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 인터뷰 기사에서 본문과 부제목 간 차이가 있었다. 부제목이 본문과 정확히 맞지 않았다. 왜 이런 부제목이 뽑혔는지 아쉬움을 표한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상당한 항의가 있었다는 것을 전한다.

연윤정 : 4차 회의가 있었던 7월2일 이후 독자고충 처리사항을 보고하겠다. <바로잡습니다> 11건과 <알립니다> 8건이 있었다. 지난해 11월25일 출범한 독자편집위가 어느덧 1년 가량 됐다. 지난 1년간 논의됐던 내용을 지면에 어떻게 반영했는지 보고서에 담았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김동원 : 모두 수고하셨다. 내년 1월19일 열리는 6차 회의에서 만나자.

정리=연윤정·배혜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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