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하나였다.

광주 (주)캐리어 원청과 하청 노동자들의 ‘갈라짐’이 많은 노동자들을 안타깝고 허탈하게 만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원청노조에서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노조 결성보고대회에서 연대발언도 해주고 조합원 가입을 위한 선전전도 함께 했습니다.”

지난 2월 20일 제조업에서 결성된 캐리어 사내하청노조 기사를 쓰기 위해 잠시 인터뷰를 할 때만해도 하청노조 이경석 위원장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라인에서 똑같은 일을 하고도 현저하게(50∼60%) 차이 나는 임금. 정규직이 입었던 헌 작업복과 안전화도 이들의 몫이었다. 단지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차별’을 이들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노조를 설립했고 이때 정규직 노조에서도 손을 내밀었다. 드문 일이었다.


원청·하청 노동자 ‘갈라짐’“고용불안이 만든 경쟁”

지난 3월 9일 캐리어 공장 안에서 가진 ‘비정규전국순회투쟁단’과 하청노조의 연대투쟁으로 원청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을 열고 ‘하청노조에게 어떠한 지원도 하지 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갈라짐’의 시작이었다.
하청노조 한 관계자는 “연대투쟁이 ‘계기’가 됐을 뿐 정규직노조와 입장 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며 “원청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 정서를 무시할 수 없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정규직 조합원의 정서.’ 하청 노조 한 간부는 ‘정서’를 이렇게 지적한다. “비정규노동자가 자신(정규직)의 자리를 탐내는 경쟁자라는 인식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원청노동자들은 불법파견을 내세워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하청노동자들로 인해 자신의 고용문제가 ‘불안’했던 것이다. 이들의 간극이 좁혀지지 은 채 원청노조는 4월 18일 임단협이 타결되고 하청노조는 4월 20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간다. 25일 6개 사내하청 업체가 조합원에 대한 직장폐쇄를 하면서 하청노동자들은 F1조립라인 점거농성에 들어간다.

29일 하청노조 한승육 조합원 폭행사건이 발생했고, 노동절인 5월1일 아침 ‘캐리어 본사 이전 검토설’이 보도된 기사 복사물이 뿌려진 직후, ‘구사대’가 농성장으로 들어와 하청 조합원들을 끌어냈다. 그리고 5월 17일 매일 진행됐던 출근투쟁 과정에서 용역직원과 또 한번의 폭력사태가 발생해 조합원 두 명이 입원 중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열은 노조운동의 해결과제”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으로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뺏기거나, 고용이 불안정해진다는 것은 노동계급을 분열시키려는 자본의 논리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구조조정과 노동 유연화 공세를 막아내지 으면 그 칼날은 그대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주)캐리어 사내하청 사태를 지켜보는 금속연맹 광주전남본부 한 간부는 “답답할 뿐”이라며 노조운동의 고민이 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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