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이 돼서 정든 일터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마지막으로 남은 딱지는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일뿐….”

지난 16일 한 비정규직 해고노동자가 갑자기 숨을 거뒀다. 지난해말 계약직이기 때문에 13년을 일해왔던 정든 일터에서 하루아침에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쫓겨나야만 했던 한국통신계약직노조의 조합원 한승훈씨(41)가 별안간 사망하고 만 것이다.

그는 16일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간 뒤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의 사인은 장파열이었다. 아마도 해고된 후 지난 5개월간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길바닥에서 농성하고, 생활고에 지쳐가면서 건강했던 몸이 서서히 악화된 것 같다는 것이 가족과 조합원들의 짐작이다.

한씨는 88년 전화가설 도급직으로 일해오다 96년 대방전화국에서 계약직으로 13년간 한국통신에서 일해왔다. 정규직들과 작업복이 달랐어도, 임금이 처음 월 140여만원에서 98년 94만원, 99년 85만원으로 깎여나가도 말없이 일했다. 그는 회사의 말만 믿었다고 한다. 곧 정규직으로 바뀔 수 있는 그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말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한국통신계약직노조는 “계약직 노동자들은 아프지도, 다치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규직과는 달리 교통사고, 전주에서 떨어지는 사고 등 해마다 숱한 산재사고가 발생하지만 한국통신은 제대로 산재처리를 하지 았다는 것이다. 또 지난 겨울 농성 이후 반신마비,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이동구씨(27)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말이 없다.
이제 한국통신은 “한승훈 조합원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에 귀기울일 요가 있을 것 같다. 한승훈씨는 아내와 8살짜리 아들과, 10살짜리 딸을 두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