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전구 광주공장 설비 철거작업에 투입된 노동자 3명이 추가로 수은중독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 3명은 철거작업을 하다 수은에 중독된 우리토건 노동자 6명과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일했다. 우리토건 소속이 아니라 공사 관리·감독을 맡은 ㅅ사 소속이다.

앞서 우리토건 소속 노동자 6명이 한꺼번에 수은에 중독됐고, 이들 중 2명이 산업재해를 신청한 사실이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드러난 바 있다. 6명 외에 또 다른 업체 노동자 3명이 수은중독 증세를 보임에 따라 광주공장 수은중독 노동자는 9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추가 수은중독 증상을 보이는 노동자들은 공장 지하 1층과 지상 1층 철거공사를 감독했다. 직접 수은을 접촉하지 않았던 만큼 기체 상태 수은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공사 현장에 있었던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시급히 수은중독 검사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는 업체에 소속되지 않은 일용직 노동자들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추가 수은중독 사실은 18일 ㅅ사 소속 노동자 김아무개씨가 “3명의 노동자가 광주공장 공사를 끝낸 뒤부터 수은중독 증상을 보여 검사를 받았다”고 18일 <매일노동뉴스>에 알려 오면서 밝혀졌다. ㅅ사는 수은을 광주공장 지하실에 파묻었던 업체로 지목된 상태다.

철거지원 작업반장도 수은중독 증세, 환경부·노동부 '늑장대응' 피해 키우나

ㅅ사 소속 김아무개씨 등 3명은 올해 3월27일부터 4월7일까지 광주공장 철거현장을 감독하고 지원하는 일을 맡았다. ㅅ사는 철거공사를 따낸 우리토건의 하도급업체다. 김씨를 포함한 3명은 직접 철거작업을 하지는 않았고 관리·감독·지원 업무를 했다.

김씨 증언에 따르면 노동자 3명은 공사를 끝낸 뒤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로에 시달렸다. 어지럼증이 계속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낄 정도였다. 피부발진 증세도 나타났다. 모두 수은중독 증상이다. 김씨는 “광주공장 공사를 끝낸 뒤부터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밤낮없이 피곤했다”며 “공사현장에서 마신 가스 때문인 줄 알았는데 (매일노동뉴스 보도를 접한 뒤) 수은중독을 의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3명은 지난 16일 병원을 찾아 혈액·소변검사와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검사 결과는 2주일쯤 뒤에 나올 예정이다. 김씨는 수은농도 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할 계획이다.

김씨 역시 광주공장 철거작업 과정에서 수은을 목격했다. 그는 “은색의 덩어리가 신기해 보였고, 작업자들이 덩어리를 발로 차는 모습도 봤다”며 “(남영전구가) 잔류수은이 공장에 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아 수은인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공기 중 흡입중독 우려 … 전수조사 시급

이로써 철거공사 현장에 있었던 노동자들이 모두 수은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우리토건 소속으로 철거작업을 한 조아무개씨등 3명은 수은중독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여 일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그만뒀다.

철거작업을 끝까지 마무리한 작업반장 서아무개씨는 수은중독 증상을 보였다. 서씨는 “20일 가까이 구토를 했고,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며 “지금도 소화가 안 되고 아픈 상황이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처지라 병원에서 검사를 못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용운·유성기씨는 올해 7월 산재를 신청했다. 김씨는 조금씩 호전되고 있는 반면 유씨는 증상이 호전됐다가 최근 들어 악화된 상황이다.

많은 노동자가, 그것도 짧은 기간에 한꺼번에 수은에 중독된 경우는 극히 이례적다. 그럼에도 정부부처의 움직임은 굼뜨기만 하다. 고용노동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15일에야 문자로 노동자들에게 혈액검사를 받으라고 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기 중 노출 수은에 중독된 노동자까지 나온 상황에서 정부의 안일한 대처는 화를 키울 수밖에 없다. 수은이 상온에서 증발해 공기 중에 떠다니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남영전구 조사 못한 환경부 "사업주 출장 중이라…"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해야 할 환경부도 마찬가지다. <매일노동뉴스>가 집단 수은중독 사태를 최초로 보도한 날은 지난 12일이다. 노동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남영전구가 철거작업 중 나온 잔류수은을 공장 지하 1층에 매립한 사실을 보도했다. 그런데 18일 현재 1주일이 지나도록 환경부 조사는 수은중독으로 투병 중인 노동자를 15일 한 차례 만난 것 외에는 진척된 게 없다.

고농도 위험물질인 수은을 별도로 처리하지 않고 지하에 매립하는 것은 폐기물관리법 위반인데도 환경부는 매립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다. 증거 인멸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환경부는 광주공장조차 방문하지 않았다. 취재 결과 환경부는 남영전구 관계자도 만나지 못했다. 조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화학물질관리법 소관부처다.

환경부 환경관리과 관계자는 “사업주에게 연락했지만 출장 중인 관계로 만나지 못해 19일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며 “(수은중독) 피해를 입은 분의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고 수은 매립 여부를 듣기 위해 피해자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남영전구가 증거를 없앨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주장만 듣고) 우리 땅이 아닌 곳에 가서 무조건 파 볼 수도 없고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된다”며 “단시간 안에 (남영전구가) 콘크리트 작업한 걸 뒤집고 빼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사고와 사고 후 환경영향조사, 영업장 지도·점검을 담당하는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관리단 관계자는 지난 16일 “(수은 집단중독과 관련해) 저희 과로 연락온 게 없어 몰랐다”고 말했다. 2013년 가동을 중단한 남영전구 형광등 생산공정의 잔류수은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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