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가 지난 14일 시작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전원회의에서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했다. 제도개선위 노·사·공익위원 7명이 논의를 벌여 올해 안에 개선안을 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노사가 제출한 중장기 과제를 보면 쉽지 않은 여정이 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이참에 합리적인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재계는 업종별·지역별로 격차를 두자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제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최저임금위 제도개선, 정보공개가 시작이다

▲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우선 최저임금위 정보공개가 시급하다. 수백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시급을 결정해야 하는 중차대한 일이 밀실에서 이뤄지고 있다. 홈페이지에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녹취록 수준으로 공개해야 한다. 최저임금위 회의 방청도 허용해야 한다. 막판 최저임금 수준을 정할 때에는 비공개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둘 수는 있지만 시민들이 노·사·공익위원들의 입장을 기탄없이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공익위원 추천을 현행 고용노동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도 바꿔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공익위원들이 정부의 ‘아바타’ 역할을 벗어날 수 없다. 물론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공익위원들도 있지만 소수파다. 공익위원 추천권 제도를 노사 당사자 의견이 조금 더 폭넓게 반영될 수 있도록 바꾸고, 국회나 다른 독립적인 기관에서 추천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노사 각각 9명씩인 교섭위원도 늘려야 한다.

최저임금위 위상도 높여야 한다. 현재 경제부처 주무국장이 들어오지 않는데, 이는 위원회 위상이 얼마나 낮은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있어 핵심은 경제부처다. 최저임금과 경제민주화 의제가 맞물려 논의돼야 최저임금 대폭 인상도 가능해진다. 최저임금위도 노동부가 아닌 국무총리실 산하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수준 정도로는 격상시켜야 한다. 아울러 노사 양 당사자들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태를 빠짐없이 스크린해서 서로의 입장과 의견차를 좁혀가야 한다. 또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만큼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강력한 처벌 논의도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 인상률과 미만율이 함께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사각지대 있는 청년노동자 보호대책 필요

▲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한국에서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것이 1988년의 일이니, 이제 곧 30주년을 앞두고 있다. 그간 최저임금제도 적용 범위를 확대해 온 성과가 있었다. 최저임금제도는 명실상부 노동의 보편적 기준을 설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개선이 요구된다.

권리보장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청년노동자들 입장에서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문제는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이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다. 2015년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230만명에 이른다. 준수되지 않는 최저임금은 아무 의미가 없다.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감독과 처벌 수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알리는 일을 알바 소개사이트의 TV 광고에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정부 예산을 들여 연초에 대대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홍보에 들인 돈의 절반만 써도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최저임금의 결정과정이 최저임금 당사자를 비롯한 사회 전체에 더욱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회의록 공개 수준에 멈춰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위반으로 인한 소액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정부가 최우선으로 체당금을 지급하고 대위권을 행사하도록 하면, 청년을 포함한 노동 약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산업현장 현실 반영해 제도 바꿔야

▲ 김동욱(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

2000년 이후 과도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후 30여년간 경제상황·임금제도 등의 변화를 반영한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우리 경제가 입고 있는 유·무형적 피해 또한 막대하다.

근로자에게 연봉 4천만원을 지급하는 회사가 최저임금 미달 논란으로 갈등을 겪고, PC방 알바생과 생산직 근로자의 근로강도가 확연히 다름에도 동일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등 상식과 배치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유는 바로 최저임금제도와 산업현장 현실과의 괴리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상여금·숙식비·각종 수당 등을 최저임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업종별·지역별 경제상황, 근로자의 생산성 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의 인건비 부담 심화, 노동력의 가치 왜곡, 고용창출 저해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

또한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사의 입장차로 인한 첨예한 의견대립이 반복되면서 발생하는 갈등비용도 만만찮다.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하는 OECD 국가 대다수가 노사의 의견을 청취한 뒤 정부가 결정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노사 입장차만 확인하고 실질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 산입범위 확대 등 산업현장 목소리가 반영된 제도개선안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최저임금위 민주성·전문성·독립성 확보 절실

▲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는 양극화와 이중구조 개선 및 청년고용 대책의 효과적인 대안 중 하나로 최저임금 현실화가 제기됐다. 노사정 합의문에도 일부 내용이 담겼다. 최저임금위도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최저임금 결정·적용 방식 같은 제도개선 논의를 시작했다.

5인 이상 상용직 정액급여의 50% 달성을 정책목표로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신설하고, 기존 최저임금 결정시 고려할 요소 역시 예측 가능하도록 합리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또 최저임금 인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실효성 있는 준수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제도가 유명무실화되는 것을 막고,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길이다. 왜냐하면 최저임금 미만율이 최저임금 결정에 현실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기존 노동조건 저하를 초래하는 행위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 근로감독관을 대폭 증원하는 한편 과태료 상향, 징벌적 배상제 도입 같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원·하청 불공정 거래와 횡포 근절 등 경제민주화와 각종 지원책을 통해 최저임금 준수율을 높일 수도 있다. 특히 정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정부·공공기관이 국가계약법 같은 관련법규 준수 여부를 공공기관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의 심의·결정과 제도개선 건의 기능이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위를 잘 구성해서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다. 아무리 제도가 훌륭해도 운영이 잘못되면 모두가 헛된 일이다. 최저임금위를 민주적으로 구성하고 전문적·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제도개선 과제다. 최소한의 필요장치로 노동부로부터 인사·재정상 독립성을 확보하고 노사단체 추천을 거쳐 공익위원을 위촉하도록 해야 한다.

생존임금이 아닌 생활임금, 첫 단추 잘 채우자

▲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

현재 최저임금은 노동자 가구의 기본적인 생활안정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민주노총은 시급 1만원, 월 209만원을 적정 최저임금으로 요구하고 있다. 절반이 넘는 최저임금 노동자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요구다.

그러나 내년도 최저시급은 6천30원으로 결정됐다. 기본생활을 충족할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이런 수준에서는 주당 62시간이 넘는 초장시간 노동을 해야 사회적 부조가 필요한 최저빈곤선을 겨우 벗어난다는 평가도 있다.

이렇듯 최저임금이 생존임금에 머물고, 생활임금으로 향상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위가 역사상 처음으로 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한다. 제도개선 논의는 단지 최저임금위 운영방식 논의에만 그쳐선 안 되며, 궁극적으로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상향시키는 제도적 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따라서 제도개선위원회의 논의과제 가운데 ‘최저임금 결정기준과 방식,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매우 중요하다. 올바른 제도는 ‘워킹푸어’의 현실과 요구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 구조를 마련하는가에 달려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