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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이라서 해고가 어렵다고?정준영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 정준영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회사가 저를 해고하려 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노동상담을 하다 보면 체불임금이나 산업재해에 관한 상담을 자주 한다. 절반 이상은 해고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 다수는 회사에서 수년 혹은 수십 년 일한 정규직이다.

아직 회사가 해고를 한 것은 아니므로 현재로서는 법적으로 다퉈야 할 대상이 없다. 하지만 해고가 있은 직후에는 긴급하게 민사소송으로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을 할 수 있고, 이후 본안으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용자가 해고사유가 전혀 없음을 알면서도 악질적으로 해고한 경우와 같이 일정한 때에는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다(대법원 2006다33999). 소송은 시일이 오래 걸리고 인지대·변호사비용 등 소송비용의 금전적 부담도 있으므로 보통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노동위에서 해고의 부당성을 인정받더라도 회사가 불복한다면 결국 소송으로 법원에 가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렇게 상담을 한 뒤에는 공허하다. 상담자가 "해고 처분이 있기 전에는 법적 구제수단이 없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법률원에 상담요청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법은 사건이 발생한 뒤 비로소 등장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법을 ‘최소한’의 구제수단이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법은 사회생활의 ‘최소한’의 행위 기준이기도 하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사용자에게 해고 처분을 함에 있어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때문에 상담자에게 “노동조합이 없으시면 (…) 이러저러해서 부당해고로 위법하니 해고는 자제해 달라고 회사와 이야기해 보십시오” 정도로 조언한다. 노동조합이 없으니 개인적인 교섭력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정당한 이유’의 의미에 대해 오랫동안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어야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해석해 왔다. 정부는 ‘정당한 이유’에 관한 대법원의 해석에 불만이 있었는지, 지난해 말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고용해지 기준 및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올해 9월13일에는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명목으로 ‘합리적 인사원칙’을 정립하겠다거나 ‘근로계약 전반에 관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법과 판례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법과 판례가 있는데 왜 굳이 따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는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그 목적이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인력운용을 효율화하겠다"는 것이니 결국 그동안 그들이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노동유연화, 쉬운 해고를 미화한 것에 불과하다. 금년에는 "청년들을 위한다"는 명분을 추가한 것밖에 차이가 없다.

특히 해고에 관해 평가기준과 교정기회 부여, 직무·배치전환 등 해고회피 노력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사용자에게 "이 흐름표에 따라 해고하면 노동부는 문제 삼지 않을 것입니다" 정도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과 같다. 노동위의 부당해고 구제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법원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법원은 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나름의 판단기준과 선례를 가지고 있으므로 당장은 가이드라인에 따른 해고라 하더라도 모두 정당하다고 판단할 것 같지는 않다. 앞서 말했듯이 법원은 해고의 정당한 이유에 관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귀책사유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해고에 관한 그 ‘사회통념’이 변하는 것이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해고가 빈발하고, 이를 다투려는 소수의 용감한 노동자들은 노동위에서는 구제받지 못하고 소송으로는 금전적·시간적으로 다투기 어려워 해고를 받아들이게 되고, 시간이 지나 성과가 낮은 사람은 해고돼도 괜찮다는 사회적 인식이 생기고….

해고가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최악의 처분이 아니라 회사가 필요하면 할 수도 있는 조치 정도로 사회적 인식이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법원의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규직 해고가 어렵다고? 쌍용자동차와 하이디스·KT 사태를 보라.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양우권 열사가 두 번이나 해고를 당하며 겪은 고통을 보라. 그리고 부당해고임을 알면서도 다퉈 보지도 못하고 사직서를 내고 있는 현장의 노동자들을 보라.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은 단순히 법 몇 개를 고치고 지침을 제정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해고를 당해도 가만히 있으라. 그들이 원하는 세상으로 한 발씩 다가가고 있다.

정준영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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