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13일 은행 영업점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변형근로시간제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나서면서 '오후 4시 은행 영업시간'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에 있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발언 이후 금융권에서 나온 첫 반응이라는 점에서 금융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정태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하나멤버스 출시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은 변형근로시간제를 확대 도입하자는 얘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금도 일부 특정 지점에서는 (변형근로시간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고객이 편하다면 금융권도 바뀔 수 있다. 모든 지점의 영업시간을 다 조정할 필요는 없고 공단과 상가 등 일부 필요지역으로 확대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퇴근 후 은행창구 이용인구가 많은 베드타운이나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지역에 한해 야간·주말 영업을 하는 특화점포를 운영 중이다. 김 회장의 말은 이 같은 변형근로시간제를 활용한 특화지점을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금융 노사는 산별단체협약에서 영업시간 변형을 노사 합의사항으로 못 박아 놓고 있다. 변형근로시간제 특화점포를 확대하려면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 은행이 마음대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는 김 회장이 정부에 립서비스 차원에서 한 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을 합치거나 확대하는 것도 다 철저한 수요조사에 따라 정하는 건데 부총리가 한마디 했다고 영업시간을 늘리겠다거나 영업점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보여 주기식 경영"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부총리께서 은행 서비스 개선을 얘기했으니 넓은 의미에서 소비자 지향적으로 검토하지 못할 게 없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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