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채 환매연기에 대한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대우채 환매연기조치가 적법하다는 최초의 고법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지난 2월14일 서울지법 민사합의 12부가 이와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려 증권ㆍ투신업계와 투자자들이 큰 혼란에 빠졌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판결은 일단 법원의 혼선을 바로잡는 '교통정리' 로 볼 수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기는 하나 이번 결정으로 99년 8월12일 이후 대우채 편입 수익증권 환매를 연기한 데 대해 증권사들이 배상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다시 말해 금융감독위원회의 대우채 환매연기조치가 적법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 즉 수익증권을 샀다가 환매연기조치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일반법인과 개인들은 연기조치가 부당하다는 것을 내세워 소송을 해봤자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게 됐다.

◇대우채 소송대란 없을 듯

대우채 환매연기가 정당하다고 확인시켜준 이번 판결에 따라 '서울지법판결'로 촉발됐던 소송대란설은 이제 사라지게 됐다.

서울지법의 판결로 인해 18조원에 달하는 대우채환매 연기분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번 고법판결은 환매소송사태가 단지 기우에 불과했음을 입증해준 셈이 됐다.

◇2월 서울지법 판결 바로잡아

이번 고법판결은 2월 '대우채' 논란을 촉발시켰던 서울지법의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이 판결은 동일한 사건에 대한 상급심 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금융감독위원회의 대우채편입 수익증권의 환매연기조치가 적법한지 아닌지'에 대해 서울지법과 서울고법은 서로 완전히 다른 판결을 내린 것이다.

2월14일 서울지법민사합의 12부는 무역업체 영풍이 대우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판결문에서 "금융감독위원회가(수익증권 환매의) 그 지급을 유예할 수 있다는 등의 처분권한을 부여받았음을 찾아볼 수 없는바" 라고 명기, 대우채 환매연기 조치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금감위가 99년 8월12일 내린 대우채 환매제한 조치가 한마디로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서울고법 제12민사부는 8일 삼양유지가 현대증권을 상대로 낸 환매대금 반환청구 항소심에서 "환매연기조치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구법과 투자신탁약관이 적용되므로 금융감독위원회의 환매연기승인조치는 적법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즉 상급심인 서울고법은 대우채 환매연기 조치가 법에 따라 합당하게 이뤄진 행정행위임을 못박은 것이다.

◇왜 판결 다른가

고법 판결과 2월 지법 판결이 엇갈린 이유는 98년 9월16일 구법과 신탁약관이 개정되면서 '수익증권 환매연기조치' 부분이 삭제된 데 대해 법해석을 달리 했기 때문이다.

먼저 이번 고법판결은 98년 9월16일 신탁업법이 개정됐지만 부칙 2조에 의해 경과조치로 1년 동안 환매연기가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2월의 서울지법 판결에는 이런 언급이 없다. 금융감독원은 당시재판부가 이 경과조치 부분을 알지 못한 채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니냐며 항변했었다.

지법의 당시 판결은 금감위의 환매연기조치의 정당성을 따지는 소송이 아니었다. 영풍은 환매연기조치가 발효된 8월12일보다 8일 전인 8월4일 환매청구를 한 사실에 입각해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영풍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런 취지의 판결문에 판결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금감위는 환매연기조치 권한이 없다'는 구절이 한줄 삽입돼 있었고 이 문장이 두고두고 큰 논란을 빚는 근거가 됐다.

■ 대우채 환매조치란

대우채 환매연기 조치는 투신권 자금이 급속도로 이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린 정부의 고육지책이다.

99년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투신사들이 대우채권을 편입한 펀드에 대해 투자자들의 환매요구가 일시에 몰리자 대표적 기관투자가인 투신사의 기반이무너질 것을 우려한 정부는 같은해 8월12일 대우채 환매연기 조치를 내리면서 10월 환매 때는 원금의 80%, 2000년 2월 환매 때는 95%를 환매해준다고 약속한 게 대우채 환매 연기의 골자다.

그러나 이 같은 연기조치에 대해 많은 투자자들이 즉시 환매를 해주지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금감원에 따르면현재 63건의 소송이 제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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