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았는데, 모아 둔 돈이 어딨겠습니까. 빚도 다 갚아서 살 만해지나 싶었는데 이렇게 됐습니다. 콱 죽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건설노동자 김용운(60)씨는 남영전구 광주공장 생산설비를 철거하다 수은에 중독됐다. 올해 4월부터 현재까지 6개월간 일을 못하고 있다. 일감을 찾아 전국 철거현장을 돌아다녔던 김씨는 수은중독으로 일을 못하게 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손이 저려 공구를 쥘 수 없는 데다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를 느낀다. 발이 아파 거동조차 어렵다. 안 그래도 생계가 불안정했던 그에게 수은중독은 엎친 데 덮진 격이다. 앞으로 일을 할 수 있을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만원 월세방에서 지내는 그는 6개월째 월세를 못 냈다. 김씨는 “모아 놓은 돈도 없는데 병원비를 내야 해서 월세가 밀렸다”며 “안 죽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몸을 못 쓰게 되면서 먹고살 길이 막막해졌다”고 토로했다.

김씨와 함께 10여년째 철거업무를 하고 있는 유성기(54)씨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유씨도 남영전구 광주공장 철거작업에서 수은에 중독됐다. 그는 “철거를 하다 보면 사다리도 올라가고 높은 데도 올라가야 하는데 다리에 힘이 없고 손도 부들부들 떨려서 일을 못하고 있다”며 “아는 사람이 쉬운 일이라도 하라고 해서 몇 번 나갔는데 그조차도 힘이 들어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유씨는 수은에 중독되고 아내와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수은중독으로 일을 할 수 없어 신경이 예민해진 탓이다. 아내 역시 공사현장에서 병을 얻은 남편이 안타깝기만 하다. 유씨는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일을 열심히 한 죄밖에 없다”며 “수은이 있는 줄 알았다면 일을 안 하고 왔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려면 4~5년이 남아 그때까지 (아버지로서) 지원해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씨와 유씨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인정받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7월 최광현 노무사(노무법인 중용)의 도움으로 공단 광산지사에 산재를 신청했다. 김씨는 “빚으로 병원비를 내고 있어 하루빨리 산재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산재 신청을 한 지가 3개월이 넘었는데 아직 광산지사가 역학조사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의뢰했다는 말만 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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