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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리해고 이야기박현희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 박현희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2014년이 저물어 가는 마지막날 서울의 대형쇼핑몰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했다. 본인들이 정리해고를 당한 사실조차도 출근해 근무하던 중 집에서 해고통지서를 우편으로 받았다는 가족들의 전화로 알게 됐다고 한다. 이들은 주말 유동인구 수십만 명의 대형쇼핑몰 시설을 관리하는 노동자들이다.

그해 초 인근에 쇼핑몰이 다수 생기는 등 경쟁이 심화되자 회사가 인건비를 절약하고 전문성을 높인다며 시설관리업무를 외주업체에 도급하기로 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업무는 곧 외주업체에 이관됐고,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대기발령에 처하게 되면서 사직 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해 금속노조에 가입하자 현실적인 문제가 심각해졌다. 회사는 자택 대기발령을 갑자기 사내 대기발령으로 바꿔 외진 물류창고에서 대기하도록 하는가 하면, 업무부여 명목으로 수백 킬로그램짜리 화분 수백 개를 장비도 없이 나르게 하거나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페인트칠을 시키기도 했다. 일사병으로 쓰러지고, 허리를 다쳐도 안전장비 하나 지급되지 않았다. 회사는 사직만을 종용했지만 그래도 노동자들은 참고 일했다. 회사는 시설노동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외주업체 직원까지 서명한 위임장으로 근로자대표회의를 구성해 잉여인력 해소방안을 마련한다며 실업급여 수령조건 혹은 1개월치 위로금 희망퇴직안을 제시하거나, 사내 배치전환자를 모집한다고 공고하고는 지원자 모두를 자격 미달이라며 공고직군에 한 명도 발령하지 않는 등 참으로 노동자들에게 가혹하게 굴었다.

결국 그해가 끝날 무렵이 되자 시설업무 대다수가 사직서를 썼고, 몇 남지 않은 노동자 중 노조활동에 적극적인 노동자들은 모두 정리해고됐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정리해고 정당성을 다투면서 노동자들은 참으로 기가 막혔다고 한다. 회사가 정리해고를 시행한 그해는 창사 이래 최고의 흑자와 눈부신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유동성·채무·현금흐름 모두 최상이었다. 회사와 도급업체 간 시설관리업무 도급비는 기존 시설관리직 총 인건비와 대비해 한 달에 100여만원 적은 것이 전부였다. 도급업체로부터 수차례 업무 관련 문의전화를 받아야 했던 노동자들로서는 싼 인건비와 고된 업무로 수개월도 안 돼 계속적으로 전담인원이 바뀌는 도급회사가 도저히 전문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 도급화가 전문적이라고 하는 것인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다행히 사건은 부당해고로 결론이 났다. 지노위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도 없고, 해고회피 노력도 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근로자대표와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며, 정리해고의 요건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노동자들은 회사에 복직하지 못한 상태다. 회사는 변호사와 노무사를 공동대리인으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해 정당해고임을 주장하며, 이행강제금을 고스란히 납부하면서도 노동자들을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그럼 중앙노동위에서 이기면 복직할 수 있을까. 대법원까지 무조건 간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돈 있고 힘 있는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누가 오래 버티나 해 보자고 한다.

사실 이 사건은 참으로 말이 되지 않는 사건이다.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아무리 넓게 해석하더라도 법과 판례는 무제한적으로 예방적 정리해고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사건처럼 어떠한 공지도 없이 기습적으로 행해진 정리해고는 근로기준법 규정의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사회적 상당성을 인정하기도 곤란하다.

그러나 이러한 법리적인 기준은 어쩌면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회사와의 싸움에서는 부차적인 문제일지도 모른다. 명백한 부당해고라도 지노위에서 시작해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시간을 버텨 내야 복직할 수 있다면, 결국 돈 없고 힘없는 노동자들은 긴 시간을 자신과 가족과 사회와 싸우며 한없이 견뎌야만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오늘의 대한민국은 해고가 너무 쉬운 나라다. 사용자는 무슨 이유를 들던 근로자에게 해고처분을 할 수 있고, 요건이 엄격하다는 정리해고조차 이렇게 남발한다. 돈과 힘과 권력의 대결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 상당수는 부당해고라는 기나긴 법적 다툼에 질려 무릎을 꿇게 된다.

실업자가 돼 노동시장으로 밀려난 노동자들이 갈 곳은 어디일까. 몇 달을 살기 어려운 쥐꼬리만 한 실업급여와 끝도 없이 늘어선 재취업 대기자들의 줄, 절대 다수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자영업자로의 길과, 치솟는 물가와 어마어마한 사교육비…. 그 무시무시한 노동시장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노동자는 노조를 조직하고 스스로 강철이 돼 자신과도 가족과도 사회와도 그리고 한없는 시간과도 싸워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안, 특히 일반해고 도입에 절대 다수 노동자가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현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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