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91년 ILO에 가입한 한국은 내년이면 가입 25주년이 된다. 하지만 한국은 그 긴 세월 동안 ILO의 8개 핵심협약 중 4개밖에 비준하지 않았다. 핵심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의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관한 협약(제98호)이 미비준 목록에 포함돼 있다.

ILO 핵심협약이 세간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비준 권고를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결사의 자유 관련 ILO 핵심협약 비준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ILO 가입국의 80% 이상이 87호·98호 협약을 비준했고 한국이 ILO 가입시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한 만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인권위는 조만간 ILO 87호·98호 협약 비준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권고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정작 이날 토론회에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나타나지 않았다. 당초 노동부 국제협력담당관이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토론회에 임박해서야 불참을 통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당초 노동부는 토론자로 참석하기로 했으나 보내 준 주제발표문을 보고는 내용의 수위가 세다고 하면서 불참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노동부 역시 그 같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인권위 토론회 주제발표문의 내용이 국제협력관실에서 답변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라며 “노사관계를 담당하는 노동정책실에 참석을 요청했으나 (노사정 합의 이후) 여의치 않았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수위가 높다”고 말한 주제발표문은 노조설립이 자유롭지 않고 상당수 노동자가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며 노조활동을 이유로 형벌을 받는 한국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공무원과 교원의 결사의 자유를 완전히 인정하기에는 한국적 상황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 노동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인권위 토론회 불참사유로는 빈곤하다. ILO에 가입한 지 무려 24년이 지났다.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하나. 노동자들이 노동 3권 침해를 계속 감내하라는 것인가. 정부의 결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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