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활동가의 눈에 비친 정치판, 노동운동 전략가가 펼쳐 갈 정치판은 어떤 모습일까.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을 지낸 이수봉 인천경제연구소장이 정치에세이 <이제 다시 시작이다 새세상 새정치>(아침이슬·1만3천원)를 펴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근 인천 계양갑에 도전장을 낸 ‘초짜 정치인’의 출사표다.

이 책은 저자가 민주노총을 떠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수석보좌관을 지낸 최근 3년의 과정을 써내려 간 리포트다. 저자는 “안철수 현상이 사그라지게 된 과정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하고, 새로운 희망은 어디에서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했다”고 집필 동기를 밝히고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잠재적 욕구가 안철수 현상으로 표출됐다면, 정작 정치경험이 일천했던 개인 안철수는 국민적 열망을 받아 낼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정치에는 월반이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피해 갈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는 안철수 진심캠프의 대선 실패 원인에 대해서는 “기존 정당체제에 도전하면서도 새 정치를 실현시킬 정치적 주체가 부재했다”고 인정했다.

병원노련·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금속연맹·민주노총을 거치며 노동계에서 잔뼈가 굵은 저자는 책에서 현실정치 속 노동의 공백에 대해서도 입을 연다. 저자는 야당이 개혁 동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하면서 그 이유로 “노동의 부재”를 꼽았다. 저자는 진보진영이 개혁의 동력을 잃어버린 근본 이유에 대해서도 “진보진영이 한국 사회를 ‘자본주의 또는 신자유주의’로 광범위하게 추상화한 결과 타깃이 흩어지고 대중 동력은 소진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변화의 단초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저자가 지난 3년간 수많은 '안철수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한 결과는 이렇다.

“우리의 목표는 대한민국을 공정한 사회로 만들어 다시 역동적인 활력을 되찾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성장·고실업 사회에 적합한 정치체제를 만드는 일이다. 그것은 기득권층의 담합구조를 깨야 가능하다.”

새 세상 새 정치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세력교체를 통해 가능하다고 믿는 정치 신인 이수봉의 도전은, 이렇게 다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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