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공인회계사)

어떤 회사에서 회계담당 임원을 뽑기 위해 면접을 봤다. 사장은 입사 후보자 갑·을·병에게 "1+1이 얼마냐"고 질문을 던졌다. 갑은 정직하게 대답했다. “사장님, 2입니다.” 을은 자신의 경영학 지식을 동원해 대답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3도 됩니다. 시너지 효과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결국 뽑힌 사람은 병이었다. 병은 과연 뭐라고 대답을 했을까.

“저…. 사장님 얼마로 만들어 드릴까요?”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에는 기업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가 집약돼 있다. 이를 참고해 수많은 자금거래와 상거래가 일어난다. 그런데 회계정보를 측정하는 데 있어 추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기업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주식 등 자산이 향후 얼마만큼의 현금을 가져다줄지, 미래 임직원들에게 얼마만큼의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 등은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 추정에 있어서는 경영자의 광범위한 재량이 개입되게 된다. 어떤 방식으로 추정을 하느냐에 따라 회사 실적이 바뀐다. 우리나라가 채택한 국제회계기준도 합리적인 범위 내라면 이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형편없는 가정을 하게 되면 형편없는 추정치가 나오게 되고, 의도적으로 그렇게 할 경우 회계조작이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쌍용자동차의 2008년 말 유형자산 손상차손 회계다. 연간 평균 13만대 이상을 생산하던 회사가 2009년 이후 5년간 연간 평균 4만6천대를 생산할 것으로 가정해 보유 건물과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의 가치를 깎아 무려 5천177억원의 손실을 인식한 것이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전개한 77일간의 공장점거 파업에 대해 회사는 노조간부들과 일반 조합원들 개개인을 상대로 막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문제는 실제 그동안 얼마의 손해가 발생했는지 회사는 주장만 할 뿐 제대로 된 입증을 하지 못했고, 법원 또한 파악할 능력이 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1심 법원은 대형 회계법인인 한영회계법인에 손해액에 대한 감정을 촉탁한다.

감정인은 공헌이익법에 의해 손해액을 산정했다. 공헌이익이란 판매단가에서 변동비를 뺀 값이다. 제품 1단위 판매시 고정비를 회수하거나 이익을 창출하는 데 공헌한 금액을 의미한다. 참고로 변동비는 생산(판매)량에 비례해 증감하는 비용이고, 고정비는 그와 반대로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다. 여기에 점거파업 기간 동안 생산(판매)차질대수를 곱한 후 파업 참가자들이 받지 못한 임금 등을 공제해 손해액이 산정됐다.

그런데 위 공헌이익과 생산(판매)차질대수에는 추정이 강하게 개입된다. 첫 단계인 손익계산서에 나타나는 각종 비용 항목을 변동비와 고정비로 구분하는 것, 이를 각 차종별로 배부하는 것부터 그렇다. 생산(판매)차질대수는 내수의 경우 파업기간을 제외한 2009년 쌍용차의 평균 시장점유율로, 수출의 경우 일평균 판매량으로 추정했는데, 둘 다 정확한 수치라고는 할 수 없다. 일정한 가정에 따른 추정을 거듭해야 계산되는 것이다.

감정인은 손해액을 55억원으로 산정했다. 그와 별도로 회사측과 노조측이 제시하는 가정 변경 중 일부를 합리적으로 보고 그에 따른 손해액 시나리오 5개를 별도로 제시했다. 노조측이 제시한 시나리오가 모두 적용된다면 손해액은 거의 0원이 된다. 즉 점거파업 기간 동안 회사가 생산차질로 입은 손해와 파업 참가자들이 받지 못한 임금 액수가 거의 비슷해지는 것이다.

한편 파업기간 동안 쌍용차가 실제 어떤 명목의 비용을 얼마만큼 지출했는지에 대한 검토는 전혀 수행되지 않았다. 파업으로 인해 무용하게 지출된 비용과 얻지 못한 이익이 법률상 손해가 되는데도 말이다. 소송에서 회사측에 실제 지출한 비용내역과 관련해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했지만, 회사는 이를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했고, 법원은 강제할 의사가 없었다. 그와 관련한 공방 때문에 항소심에서 1년이 넘는 세월이 하릴없이 흘러갔다.

법원은 실제 지출액에 대한 심리 없이 회사와 노조측이 제시한 각 시나리오들을 배척하고 손해액을 55억원으로 인정했다. 다만 여러 사정상 노조측 책임을 60%로 제한해 피고들이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33억원이라고 판결했다. 현재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을 합하면 50억원이 넘는다. 법원은 과연 위 금액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판결한 것일까. 전문가의 권위로 포장된 추정을 걷어 내고 실체적 진실을 보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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