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기간제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뿌리산업인 금형·주조·용접 같은 직접생산공정에 파견을 허용하겠다는 이른바 '비정규직 확산법'을 내놓으면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합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한국노총은 연일 “합의 정신 위반”이라고 비판성명을 냈다. 급기야 지난 18일에는 새누리당과 고용노동부에 “합의무효를 선언하고 투쟁에 나서겠다”는 경고성 항의공문까지 보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노사정 합의 후속과제 논의를 시작했다”고 기자들에게 알리면서 이례적으로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차원의 대응을 요청했다”는 내용까지 전했다.

“합의는커녕 논의한 적도 없다”

20일 노사정위와 한국노총에 따르면 이병균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18일 열린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간사회의에 참석해 새누리당이 내놓은 '노동개혁 5대 법안'을 비판하면서 “노사정위 차원에서 대응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총장은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안에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 허용업무 확대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노사정 간) 아직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 (새누리당 법안에) 포함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일반해고·취업규칙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노사정위에서 더 논의를 해야 하는데, 마치 모든 내용이 결정된 것처럼 비춰지면서 한국노총의 항의가 잇따랐다”며 “간사회의에서 이 문제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노총은 이와 함께 18일 새누리당과 노동부에 “정부·여당의 노동 관련 5대 입법안은 합의문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합의문을 왜곡·파기하는 길로 간다면 합의무효를 선언하고 입법저지 투쟁에 나서겠다”는 경고성 항의공문을 보냈다.

한국노총은 16일과 17일 연이틀 같은 내용의 항의성명을 발표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사정은 공동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합의사항에 한해 비정규직 관련법 입법에 반영하겠다고 합의했다”며 “그런데도 새누리당이 이를 무시하고 기간제 사용기간을 4년으로 확대하고 뿌리산업까지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제출했다”고 비난했다.

한국노총은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현행 90~240일에서 120~270일로 확대하고 지급수준을 50%에서 60%로 올리는 것에는 합의했지만 실업급여 기여요건(지급요건)을 이직 전 18개월간 180일 이상에서 이직 전 24개월간 270일 이상으로 연장(새누리당 고용보험법 개정안)하는 방안은 합의는커녕 논의조차 한 적 없다"고 지적했다.

노사정위 후속논의, 출발부터 꼬일 듯

한국노총은 21일 오전 전체 간부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고 새누리당 5대 입법안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다. 23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공식 항의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합의서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새누리당이 합의 파기와 다를 바 없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면서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노사정위 후속논의에도 새누리당안이 포함되지 않도록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사정위는 24일 노동시장특위 간사회의를 열고 후속과제 논의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 노사정은 후속논의에서 △특수고용직·간접고용 노동자 등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해소 △기간제·파견 노동자 고용안정과 규제 합리화 △청년고용협의체 △산재보험·실업급여·최저임금과 근로시간 특례업종·적용제외 제도개선 △근로계약 체결·해지와 취업규칙 변경 기준·절차 지침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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