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볕 좋은 날 광장에 장이 섰다. 온갖 팔도 특산물이 좌판에 죽 깔렸다. 빨갛게 잘 익은 사과며 씨알 굵은 배가 근사한 상자에 담겼다. 줄줄이 엮은 굴비부터 어디 무슨 벌꿀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카드 환영 안내문이 크게 붙었다. 싸고 믿을 만하다니 천막 아래가 사람들로 붐볐다. 내일모레가 추석이다. 공장으로 돌아가자던 해고자 몇몇이 그 곁을 바삐 지났다. 33억원 손해배상 항소심 패소 사정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읊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정규직화 이행하라며 그 위 옥상 전광판에 올라 농성하던 비정규 노동자가 틈틈이 허리 굽혀 그 아래를 살폈다. 갈가리 찢겨 뭔 말인지도 알아볼 수 없게 된 현수막은 어느덧 100일을 떨었다. 거짓말처럼 파랗던 하늘에 구름이 바삐 흘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