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두원 5678서울도시철도노조 1신호지부장

지하철은 열차와 각종 열차안전설비(신호·궤도·전차선 등)의 상호 역할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복합교통설비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기관 입장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운행 중인 열차 안전과 시민 안전이다. 당연히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의 최대 목표는 시민의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수단을 만드는 것이 돼야 한다. 최근 각종 지하철 직원 사망사고에서 보듯이 직원 안전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열차안전 지키는 신호설비, 승객안전 지키는 PSD

신호설비는 열차의 안전운행과 직결되는 장치로 특정 구간에서 열차 충돌사고를 막고 최고 운행속도를 내도록 한다. 지하철 안전과 신속한 정시운행(ATC)을 가능하게 하는 설비다. 철도사고 사례를 분석해 보면 신호설비 고장은 열차의 추돌·충돌·탈선 등 대형 안전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상왕십리 열차 추돌사고도 신호설비 고장이 원인으로 밝혀졌으며 많은 철도 관련 대형사고가 신호설비 고장이나 분기부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PSD)는 승강장에서 탑승객의 선로 추락과 열차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방지하는 승객 안전설비다. 하지만 최근 사고를 보면 작업자 안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설비가 돼 가고 있는 듯하다.

서울도시철도(5~8호선)는 1995년 개통했다. 올해로 개통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도시철도공사는 2008년부터 신호안전 설비와 관련한 각종 점검을 그 이전의 절반 이하로 줄였다. 이러한 점검체계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도시철도 ‘신호 정기검사 연간검사량(시간)’은 2008년 51만7천217시간에서 현재 15만1천8시간으로 줄었다. 신호장치는 내구연한 20년이 다 돼 가고 있다. 심각한 노후화가 진행 중인데도 안전점검이 줄어든 상황이 6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신호설비 낡았는데 점검 줄이라니

그렇다면 노후화된 신호설비 정기점검은 왜 줄었을까. 그 속사정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치적사업인 PSD를 설치하면서 그 유지·보수 업무를 인원충원 없이 신호직원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다. 이 조치로 도시철도공사는 157개역에 설치된 1만개가 넘는 PSD 설비의 점검·보수를 단 한 명의 인원증원 없이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신호직원은 열차운행 중에는 PSD 설비의 장애 처리와 유지·보수 업무를 하고 운행 종료 뒤에는 신호설비를 점검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PSD 유지·보수 작업을 2인1조로 하라거나 열차 종료 뒤 작업하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2013년 성수역 PSD 작업자 사망사고 이후 노동조합이 공사에 ‘열차운행 중 선로 측 작업 금지’ 공문을 요구했을 정도다.

도시철도공사는 직원이 직접 PSD 설비의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작업자 안전보장 수준이 서울메트로와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야간(심야)에는 신호설비 업무를 수행해야 하니 사고를 무릅쓰고서라도 선로측 작업이라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더할지 모른다.

지하철 안전, 전문인력 확보 없이는 불가능

이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열차안전(신호) 업무는 부실화되고, 승객안전 설비(PSD) 점검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에 빠졌다. 이도 저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가 5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은 열차사고 예방(신호설비)과 승객사고 예방(PSD)을 도맡아서 하는 이중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다른 부서 전직을 원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노동조합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지난해 박원순 시장측에 알리고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후 서울시청에서 370일 넘게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노사 공동 신호업무 개선 TF’를 구성해 6개월간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도시철도공사도 115명의 인력충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에 동의했다.

하지만 현재 신호설비 안전인력 충원 문제는 서울시 지하철 통합논의 과정에서 뒤로 밀렸다. 인력충원도, 신호설비 안전점검 강화도 기약이 없는 상태다. 도시철도 신호직원들은 열차사고와 승강장 승객안전 사고, PSD 작업 중 안전사고에 노출된 채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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