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관한 노사정 협상이 지난 13일 잠정합의안 도출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애초 목표였던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논의는 온데간데없고 정부가 밀어붙였던 일반해고 가이드라인과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여부를 두고 논란만 벌이다 협상이 끝났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일반해고·취업규칙에 목맨 정부



노사정은 지난해 9월19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같은해 12월23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을 담은 기본합의문을 채택하면서 본격적인 협상에 나섰다.

노사정은 기본합의문을 토대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임금·근로시간·정년 등 노사 현안 △노사정 파트너십 구축 △사회안전망 정비 △기타 구조개선 관련 사항을 포함한 5대 항목을 두고 협상을 벌였다. 논의과제만 200여개가 넘었다.

노사정은 올해 4월 초까지 3개월 넘게 이어진 협상에서 세부과제를 65개로 정리했다. 이를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논의 초안’이라는 제목의 문서로 만들었다. 노사정 간 의견이 접근한 사항도 있었지만 결국 일반해고·취업규칙 문제에 봉착해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4개월 동안 협상은 오로지 일반해고·취업규칙 문제를 다룰지 말지로 모아졌다. 한국노총은 7월2일 조합원 38만7천여명의 찬성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총파업을 결의했다. 같은달 13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노사정 협상의 물꼬는 8월 초 트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7월21일 노동시장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정부·여당도 한국노총을 압박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초 “정부가 두 의제만 철회하면 노사정 협상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6일 노사정위 우선 복귀를 결정했고, 이튿날 노사정 대표자들이 노사정위에 모여 협상을 재개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정부와 경영계는 일반해고 관련 가이드라인 또는 법 개정을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핵심 의제라며 한국노총을 몰아붙였다.



“협상 재개 후 18일 동안 문구만 수정했다”



노사정은 협상 재개 후 18일 동안 일반해고·취업규칙 관련 내용을 합의문에 어떤 표현으로 담을까만 논의했다. 그리고 13일 잠정합의에 이르렀다. 잠정합의에 이르기까지 18일간 9차례의 특위 간사회의(부대표급 회의)와 6차례의 대표자회의를 열었지만 논의의제는 일반해고·취업규칙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국어 실력을 대결하는 것도 아니고 문구를 어떻게 표현할지를 두고 수정과 협의를 반복했다”고 협상 과정을 전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잠정합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회적 대화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얻은 소중한 합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김동만 위원장은 “116만명의 청년실업자와 장그래(비정규직) 1천만명의 눈물을 닦아 줄 노동시장 개혁의 그랜드디자인이 필요했는데 일반해고·취업규칙에 막혀 전혀 나아가지 못했다”며 “소외된 계층과 어떻게 함께할지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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