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노사정 잠정합의안 추인에 반대하며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자리에서 분신을 시도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정기훈 기자

“우리(한국노총)가 바보입니까. 현장이 초토화되는 일은 없습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14일 오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중집위원과 금속·화학노련 조합원들에게 호소했다. 김 위원장의 호소에도 이날 중집 회의장은 결국 아수라장이 됐다.

사건은 오후 3시께 벌어졌다. 한쪽에서 “누가 죽는 꼴을 봐야 그만두지”라는 말과 함께 한 사람이 시너를 뿌렸다. 분신을 시도한 것이다. 김만재 위원장이었다. 주위에 있던 금속노련 간부가 소화기 분말을 분사해 다행히 큰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부 중집위원들은 회의에 참석한 금속노련 조합원들의 퇴장을 요구하며 승강이를 벌였다.

고성과 욕설 그리고 분신 시도로 인해 중집회의는 파행을 거듭했다. 두 차례 정회 끝에 오후 4시30분께나 돼서야 두 차례 정회 끝에 회의가 재개됐다. 지난 13일 극적으로 타결된 노사정 합의문을 추인하기 위한 중집회의에서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에 대한 현장의 극심한 반발이 여과 없이 표출됐다. 소화기 분말로 뿌옇게 변한 한국노총 대회의실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을 둘러싼 노동계의 진통을 예고하는 듯했다.

“집행부 믿어달라” VS “2가지 합의 없다더니”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중집회의에서 김동만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에 반발하는 일부 산별연맹과 조합원들에 대한 설득을 시도했다. 김만재 위원장과 김동명 화학노련 위원장·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은 노사정 잠정합의 철회를 요구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김만재 위원장은 “김동만 위원장은 일반해고·취업규칙 완화에 대해 합의하지 않겠다며 노사정위에 복귀했는데 왜 합의를 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만 위원장은 “(일반해고·취업규칙 요건 완화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하지 않기로 했다”며 “전문가들이 두 가지에 대해 논의를 할 것이고 노사정위에서 충분이 토론이 돼야 하는 만큼 올해 안에 시행되는 것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한 중집위원은 “김만재 위원장, 너무하다”고 소리를 치기도 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더 큰 문제는 무기력한 (노사정) 협상과 무기력하게 (한국노총이) 굴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회-파행-재개-정회, 긴박한 중집

이날 중집회의는 노사정 잠정합의문 추인을 요구하는 찬성파와 반대파 간 신경전이 끊임없이 계속됐다. 한 중집위원은 “(조합원이 회의장에 있는 상황에서) 누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감시하는 꼴인데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다 동지고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인데 사전에 (중집위원) 동의 없이 이렇게 회의에 참석하면 우리가 민주노총과 다를 게 뭐냐”고 말했다. 김만재 위원장은 “그만큼 노사정 합의에 대해 산하 노조의 관심이 많다는 것”이라며 “왜 합의했는지는 알아야 될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은 “노사정 (잠정)합의에 현장조합원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조합원들이 뽑은 김동만 위원장이 (합의사항을) 감춰서는 안된다”고 회의공개를 요구했다. 김동만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필요하다면 (중집회의를) 녹화해서 공개할 테니 오늘은 좀 나가 달라”고 제안했지만 일부 연맹 조합원들은 자리를 지켰다.

김 위원장의 제안에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분신시도가 있었다. 금속노련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시너를 갖고 들어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이번 노사정 합의가 전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고민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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