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2010년 한국 노사관계는 소용돌이쳤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 정국에서 겨우 빠져나온 이명박 정부는 이듬해부터 반대세력을 치밀하게 감시하고 탄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목숨을 버렸고, 민간인 사찰이 이어졌다. 노사관계를 뒤흔들려는 시도는 아마 그때 준비됐을 것이다.

‘파업 유도→직장폐쇄→용역 폭력→파업 중단→금속노조 탈퇴’가 마치 짜 맞춘 시나리오처럼 한반도를 북상하며 시연됐다. 2009년 2월 경북 경주 발레오만도를 시작으로 6월에는 구미시 KEC, 8월에는 상신브레이크, 이어 충북 아산·영동의 유성기업과 안산 SJM에서 분규가 잇따랐다. 하나같이 금속노조 지역지부를 이끈 핵심 사업장들이었다. 창조컨설팅이라는 노무법인은 연쇄 노조파괴 시나리오 작성자로 법정에 섰다.

다치고 해고된 노동자들의 상처는 여전히 깊다. 정준효(38·사진)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장도 그렇다. “노조가 파괴되기 전인 2009년의 상신브레이크지회를 다시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정 지회장을 13일 만났다. 인터뷰는 대구 달서구 <매일노동뉴스> 영남본부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 노조 파괴에 이어 해고를 당했는데.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

“2010년 당시 상신브레이크 노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임금·단체교섭을 했다. 사측은 교섭에서 임금·단체협약안을 성실히 제시하지 않았고, 상신브레이크지회는 금속노조 방침에 따라 쟁의행위 절차를 밟았다. 그해 6월 초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합법적인 쟁의행위였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가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6월 말 교섭에서 타임오프 관련 논의에 집중했다. 임금인상안이나 단체협약안은 미합의된 상태였다.

회사는 타임오프를 빌미로 지회가 불법적인 투쟁을 한다며 8월23일 오전 7시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지회 집행부는 사측이 직장폐쇄까지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그동안 노사관계가 그 정도로 막 나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은 달랐다. 그 배경에는 이명박 정권의 지역 주요 거점사업장 죽이기와 창조컨설팅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실제 회사 대외비 문건을 보면 상신브레이크지회가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하면 창조컨설팅에 1억원의 성공보수를 지급한다는 내용과 함께 총회를 통해 금속노조를 탈퇴시키는 치밀한 시나리오가 적혀 있었다.

집행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파업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사측은 조합원들을 선별적으로 복귀시켰다. 길게는 50여일을 공장에서 강제로 합숙시켰다. 선별적 복귀자가 200명을 넘자 서명을 통해 집행부 탄핵을 위한 임시총회를 요청했다. 집행부는 임시총회를 수용한 뒤 총사퇴했다. 이어 보궐선거에서 금속노조 탈퇴를 공약으로 내건 세력이 10표 차이로 당선됐다. 그 후 시나리오대로 11월26일 총회를 통해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같은해 12월13일부로 5명의 해고자가 발생했다.”

- 노사 쌍방이 소송 중인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달 27일 사측이 해고자 5명을 상대로 제기한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이 대법원에서 기각돼 2심 판결이 확정됐다. 2심은 당시 파업으로 인한 손실은 없다면서도 불법파업으로 명성이 훼손됐다며 정신적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만 그래도 사측의 가장 핵심적인 노조파괴 무기인 손해배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해고자 5명 중 4명은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2010년 사측이 단행했던 불법적 직장폐쇄에 대한 임금지급 소송 역시 대법원에 계류 중이며 사측 부당노동행위도 검찰의 기소로 1·2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 사건도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 해고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

“2010년 12월 초 회사 정문 앞 천막농성을 시작으로 해고자들은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를 통해 출퇴근 투쟁과 법적 대응을 전개했다. 2012년 법원에서 금속노조를 집단으로 탈퇴한 것이 규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결을 받고 나서 해고자들이 상신브레이크지회를 새롭게 복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천막농성과 도보행진, 삭발단식투쟁, 그리고 투쟁기금과 생계비 마련을 위한 재정사업…. 하루하루 버티고 싸우다 보니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 앞으로의 계획은.

“노조파괴 전인 2009년 상신브레이크지회를 다시 만들고 싶다. 물론 2010년 이후 많은 시간이 흘른 만큼 현장 노동자들도 현실에 적응했을 것이다. 대법원에서 해고자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난다고 한들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렇다고 해고자 원직복직과 민주노조 재건의 꿈을 버릴 수는 없다. 그 두 가지 꿈을 붙들고 지금껏 싸워 왔다. 지금 이 시간에도 현장에서 민주노조를 세우려는 노동자들이 있다. 해고자들은 오늘도 내일도 출퇴근 길 조합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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