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국회, 백성의 생활을 챙기는 국회라는 말이다. 원내 3당이 정기국회에 임하면서 밝힌 키워드 공통분모도 민생이다. 그러나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새누리당은 노동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는 중이다.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이나 파견 허용업무 확대는 물론 임금피크제나 일반해고 요건 완화 관련 법안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통과에 주력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핵심 법안에 끼지 못할지라도 노동자들은 이런 법 좀 만들어 달라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진짜 민생법안이다.


안전한 사업장 만들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필요 

▲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실장

활기차면서도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올해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산안법 개정안으로는 최근 하청노동자 사망과 중대재해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원청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이행하도록 강제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안이 있다. 원청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산업재해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또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안전보건관리지원자제도를 도입하자고 개정안을 내놨다. 안전보건관리지원자는 사업주를 보좌해 사업장 안전관리업무를 수행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관리책임자·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의무가 없어 사업장의 자율적인 안전보건관리가 미흡하다. 이로 인해 전체 재해의 8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산업안전혁신위원회에서 노사정이 합의한 하청노동자 산재발생시 원청 업체 책임 명확화와 고령자·여성 등 안전보건 취약계층의 특성을 고려한 예방정책·사업 추진 같은 내용도 산안법 개정안에 반영돼야 한다. 아울러 산업안전보건법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 위반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마련돼야 한다.

교육공무직법 제정해 진짜 정규직 되겠다 

▲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부직본부장

노조가 조직되기 전 학교비정규직들은 1년에 1만명씩 상습적으로 해고돼 왔다. 1년 일하나 20년 일하나 같은 임금을 받는 탓에 정규직과의 차별은 근속연수에 따라 커져만 갔다. 노조 조직 이후 투쟁하면서 고용안정·처우개선을 책임질 사람이 교육감·교육부 장관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이 학교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주체라는 것이 국회에 발의된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교육공무직법) 제정안의 핵심이다.

이미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교육공무직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와 사용자인 교육감이 교섭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유독 국회만 이미 시행되고 있는 교육공무직 법제화를 거부하고 있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교육공무직법의 내용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 대책과 어긋나 청와대·기획재정부가 국회 논의를 훼방 놓고 있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교육공무직법은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이라고 우기는 정부의 생각을 거부하고 교육공무직으로 살아가고자 학교비정규직 스스로가 만든 법안이다. 제정안 통과를 국회에게만 맡겨 두지 않을 것이다. 11월14일 2만명의 학교비정규직이 상경해 요구를 관철시키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진짜 정규직이 되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으로 안전 지키고 일자리 만들자 

▲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병원 인력이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인력이 있어야 보호자 없는 병원도 가능하다. 병원이야 말로 임금피크제나 시간선택제 말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한국 병원 인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간호사 평균 근속연수가 9년이 안 될 정도로 짧고 이직률도 심하다. 전문 의료인력이 숙련도를 쌓으며 의료의 질을 높이는 구조가 되려면 인력을 늘려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이다.

정부 차원에서 병원 실태를 조사해 총체적인 인력공급계획을 수립하라는 것이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현재는 병원별로 인력을 수급하고 있는데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해 지방 중소병원은 인력부족으로 필수 진료과까지 축소할 정도다. 또 정부가 인력관련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인력공급에 필요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수립, 시행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유휴간호사 재취업 유도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라는 방식으로 병원일자리 창출대책을 펴고 있는데, 둘 다 병원 현실에는 안 맞는다. 환자 상황에 따라 24시간 돌아가는 병원현장에 분절적인 시간선택제 근무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체계적인 정규 인력 충원정책을 통한 노동시간단축으로 가야 한다.

실업급여 보장 대폭 확대해야 사회안전망 자격 있다 

▲ 최장윤 금속노련 정책국장

정부에서 사회안전망 확대 차원에서 실업급여 금액과 기간을 확대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계에서 오래 요구했던 것인 만큼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사회안전망으로써 실업급여에 대해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행 실업급여 수급기간은 보험 가입기간에 따라 90일에서 최대 240일까지 받을 수 있다. 실업급여액은 평균 임금의 50%다. 과연 이 정도 수준의 실업급여가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액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아닌 이상 실업급여는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자발적 이직자는 실업급여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퇴직시 실업급여 지급 여부도 늘 논쟁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도 못 받거나 적게 받는 노동자가 상당수였다. 실업급여가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갑자기 직장을 잃어도 이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가 돼야 한다. 설령 실직을 앞두고 있더라도 실업급여로 인해 걱정을 덜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실업급여 인상을 노동자에게 당근을 주는 것인 양 행동한다. 노사정 대화를 하면서 노사정 합의가 안 되면 실업급여 예산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정부가 실업급여를 볼모로 노동계에게 선심을 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회안전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저성과자를 해고하자며 노동계를 압박하는 상황이 답답할 따름이다. 노사정 합의와 무관하게 실업급여 기간·대상·금액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실업급여가 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폭언·성희롱에 상처 입은 감정노동자 보호법 통과시켜야  

▲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대외협력국장

고객 대면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인격 모독이나 폭언·성희롱에 노출돼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금융회사는 창구와 콜센터를 중심으로 영업이 이뤄지고 있고, 금융감독당국이 매년 민원발생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와 비례해 금융권 노동자들의 감정노동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폭언과 성희롱에 시달리고 있는 금융권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은행법·보험업법·상호저축은행법·여신전문금융업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있다. 금융업 관련 법률 5건이다. '고객이 왕'이라는 잘못된 기업문화로 인해 고객을 응대하는 노동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법안에는 회사가 고객응대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노동자들이 악성민원인을 상대하지 않고 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거나 민원인의 요구가 과도할 경우 회사가 형사고발 등 법적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자에 대한 상담과 치료지원은 물론 상시적 고충센터를 운영하도록 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감정노동자 문제 해결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민원처리건수별로 개인성과와 연동시키는 임금체계는 물론 금융감독원의 민원발생평가제도까지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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