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를 돌파했다. 나랏빚이 증가한 이유는 뻔하다. 기업들에게 세금을 깎아 준 결과다.

정부의 실책은 기업의 세금을 깎아 준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마음대로 장부를 뜯어고치고 있는데도, 그에 대한 관리·감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먹튀 매각 논란이 끊이지 않는 홈플러스만 봐도 그렇다. 국내 대형마트업계 2위 대기업인 홈플러스는 지난해 8조5천억원의 매출과 2천40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도 법인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홈플러스측이 내놓은 해명이 가관이다.

“2008년 홈에버(옛 까르푸)를 1조9천억원에 인수했는데 지난해 와서 보니 2천798억원 비싸게 샀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홈플러스는 장부에서 ‘영업권’을 전액상각 처리했다. 또 “비품이 낡아서”, “경기가 어려워서” 등의 이유를 대며 장부상 손실을 키웠다. 대기업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사이 정부는 ‘눈 뜨고 당한’ 셈이다.

정부는 법인세를 올려 세수를 확대하라는 요구에 대해 “세율이 오르면 투자가 위축되고 경기가 나빠져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정부가 법인세를 깎아 주자, 기업들은 아예 세금을 내지 않을 방법을 고안해 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경기는 살아나지 않았고, 세수는 여전히 부족하며, 국가부채는 늘었다. 정부가 자초한 결과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죽어나는 건 노동자뿐이다. 올해 홈플러스노조의 임금협상 요구안은 '내년 법정 최저임금+500원'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6천30원으로 결정됐으니, 시급을 6천530원으로 올려 달라는 것이다. 노조의 요구에 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돈이 없어 못 주겠다”는 것이다. 막대한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세금까지 떼먹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가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에 ‘배 째라’ 식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국민도 가난하고 나라도 가난한데 기업만 배부르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외치던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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