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저성과자 퇴출제를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 과제로 내세우면서 중장기 과제로 미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연구원 주최로 열린 노동시장 개혁 주요 쟁점 점검세미나에서 “우리 경제의 체질을 제대로 개선하려면 부분적 개혁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해고제도와 취업규칙 변경 같은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을 포함해 총체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전경련 부설 민간경제연구기관이다.

한국경총도 지난 8일 “전국 38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66.7%, 중소기업 45.8%가 ‘저성과자가 경영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답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하면서 저성과자 퇴출제 도입 여론몰이에 나섰다.

경영계는 독일의 변경해고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희성 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이날 세미나에서 “역량이 있는 청년은 정규사원이 될 수 없고 성과가 낮은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계속 고용되는 불공평한 상황을 초래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해고제도”라며 “독일의 변경해고제도를 벤치마킹해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정당한 사유 없이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노동자와의 근로계약을 해지(해고)할 수 없다. 다만 사용자가 저성과 노동자에게 기존보다 낮은 근로조건으로 새로운 근로계약을 청약할 권리가 있고 노동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근로계약을 해지(해고)할 수 있다. 근로계약을 종료할지, 더 적은 임금을 받고 계속 일할지를 선택하도록 한 제도다.

경영계의 이런 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계는 “임금삭감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저성과자 퇴출제(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기준 완화를 노사정 협상 의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라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마찰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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