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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다김세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 김세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최근 여당 대표의 발언으로 노동계가 분노하고 있다. 그는 “강성 기득권 노조가 불법파업을 일삼았고, 공권력이 투입되면 쇠파이프로 두드려 팼다”며 “CNN에 연일, 매시간 쇠파이프로 경찰을 두드려 패는 장면이 보도되는데 어느 나라에서 우리나라에 투자하겠는가. 그들이 사회발전에, 경제발전에 끼치는 패악이 엄청나다”고 말했다고 한다.

억울하다. 모든 행위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행위에는 책임이 따른다. 모든 일의 인과관계를 따져 각각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결국 법이 한다. 사람들은 이를 정의라고 한다. 원인과 결과를 단절해 보면 사실 왜곡이 발생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으면서 억울한 일이 생기는 법이다.

세계 4대 유리 제조업체인 일본의 아사히글라스라는 다국적기업이 있다. 해당 다국적기업은 더 싼 임금, 더 싼 원자재 값, 그리고 노동조합 없이 자기 마음대로 기업활동을 펼치기 좋은 곳을 찾아 한국 구미지역에 아사히글라스코리아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한국은 지역사회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명목으로 다국적기업에 임대료 감면과 각종 세제혜택 등 막대한 특혜를 제공했다.

다국적기업의 사내하청회사 소속으로 그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365일 주야 맞교대 근무도 마다하지 않고 성실히 일했다. 그 결과 다국적기업은 연평균 매출 1조원, 연평균 당기순이익 500억원, 사내유보금만 7천200억원에 이르는 잘나가는 알짜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에서 얻은 눈부신 수익은 외자기업에 대한 특별한 혜택과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감내하며 일한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회사는 시도 때도 없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권고사직이나 집단해고 방식으로 내쫓았다. 이에 참다못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사내하청회사에 노조가 생긴 지 한 달여가 지난 어느 날, 다국적기업은 회사 내 전력공사를 한다며 직원들에게 휴무를 통보했다. 오랜 기간 고된 노동에 시달린 노동자들은 앞으로 자신들에게 닥칠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회사의 휴무결정에 즐거워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다국적기업은 명목상으로 “관계사의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해 해당 관계사 직원들을 전직시킴에 따라 더 이상 도급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노조가 생긴 사내하청회사에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사내하청회사 소속 노동자들은 공장에 있던 개인 소지품을 챙겨 나올 틈도 없이 길게는 9년을 일한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났다.

고용창출은 저임금 착취구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를 거부한 노동자들은 해고됐다. 애초의 목적과는 정반대의 결론이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제8조는 원사업자는 제조 등의 위탁을 한 후 수급사업자의 책임으로 돌릴 사유가 없는 경우 해당 위탁을 임의로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81조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조직하려 했거나 기타 노동조합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 및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에 대한 사용자의 지배·개입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금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또 어떤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다국적기업은 자신들의 기업활동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인권을 존중하고(Ⅱ. A. 2.), 고용기회를 창출하며(Ⅱ. A. 4.), 정리해고·사업장 폐쇄 등 근로자들의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영상의 변화 사실을 근로자와 관련 정부 당국에 적절히 통보해야 하며,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Ⅴ.6)고 규정한다.

아사히글라스코리아는 이러한 모든 규정을 위반했다. 이에 노동조합은 이 다국적기업의 법위반 행위에 대해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고, 고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으며,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 행위에 대해 진정을 한 상태다.

이를 두고 한국의 노동조합 문화가 결국 외국 투자자 유치를 방해하고, 그로써 사회발전과 경제발전에 패악을 끼쳤다고 평가한다면 이는 인과관계를 왜곡하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는 억울하다. 부디 해당 기관들이 사건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김세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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