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현 건설노조 정책2국장

전국건설노동조합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종의 건설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산별노조다. 건설현장 공정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 역시 다양한 직종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는 건설기계·장비 조종사도 포함돼 있다. 대규모 토목공사가 계속해서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없는 건설현장은 상상할 수도 없다.

문제는 건설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던 이들을 회사 필요에 의해 외주화시켰고, 그에 따라 어느 날부터 건설기계·장비 조종사들이 특수고용직이 돼 버렸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회사가 정하는 대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일반 노동자와 차이가 없건만, 회사 필요에 의해 건설기계·장비를 자신이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은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특수고용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건설현장 일부 사업자들은 자신들이 법적으로 노동자인 이들을 고용하면서도, 산별노조에 특수고용직이 있다는 것을 빌미로 노동조합 합법성에 대한 시비를 걸고 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을 고용한 준경타워가 고용노동부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동부가 2008년 12월31일 건설노조에 조합원 중 특수고용직이 있으니 이들과 관련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자율시정명령을 내렸고, 이에 건설노조가 응하지 않았으니 노동부가 건설노조가 노조법상 노동조합이 아님을 통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노동부가 노조 아님 통보를 하지 않고 있는 것(부작위)이 법 위반임을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다. 얼마 전 이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졌고 법원은 각하판결을 내렸다.

1심 법원은 노조 아님 통보가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노동부가 응답하지 않았다는 ‘부작위‘가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그렇지만 소송을 제기하는 당사자가 승소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법률상 이익과 관련해 법원은 노동조합과 관련한 각종 행정지도(노조 아님 통보 포함)를 “노동조합과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진 사용자의 관여나 이익을 고려한 규정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노동부가 노동조합에 하는 ‘노조 아님 통보’는 사용자 이익을 보호하는 규정이 아니므로 사용자는 위와 같은 재판을 신청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부가 노조 아님 통보를 하지 않는 것(부작위)이 위법하다는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원고에게는 없으므로 소송을 각하한 것이다.

이 판결에 비춰 볼 때 앞으로 건설회사 등 사용자들이 건설노조의 합법성과 관련해 노동부에게 이 같은 소송을 제기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런 갈등이 계속해서 생겨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입법적으로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인정해야 한다. 노동조합을 할 수 있는 권리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이마저도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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