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선근 공공교통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지난 8월29일 토요일 저녁에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Platform Screen Door·승강장 안전문)를 정비하던 외주업체 직원(28세)이 홀로 작업을 하다 승강장에 들어오는 전동차에 부딪혀 사망했다. 서울메트로는 작업자 부주의로 인한 승강장 선로측 무단출입, 점검 및 보수시 2인1조(1명은 안전요원) 미준수, 위험작업 열차종료 후 시행 미준수, 점검 때 관제보고 미이행 등 외주업체 노동자 개인의 부주의로 사고 책임을 돌리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강남역 스크린도어를 민자방식(BOT)으로 시공했다. 운영을 담당하는 유진메트로컴도 작업자 개인 실수로 돌리기는 마찬가지다.

구조적 문제로 인한 사고, 노동자 탓으로 돌려

2013년 1월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도 스크린도어를 혼자서 수리하던 외주(하청)업체 노동자가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사고 이후 서울메트로는 외주업체가 시설물 점검과 보수시 2인1조로 안전요원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작업 매뉴얼을 보완했다고 밝히고 있다. 필자는 서울메트로에 1985년 입사해 기술 분야에서 유지·보수 업무를 맡고 있다. 중요한 보수작업과 정기검사는 2인1조나 3인1조로 업무를 하지만 일상적인 시설물 점검은 인원부족으로 한 명이 하는 경우가 많다.

인력부족 탓에 현실에서 작업규정을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외주업체는 인력부족이 더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남역은 2호선 역사 중에도 이용승객이 많아 혼잡도가 매우 높은 역이다. 당시 죽음으로 내몰렸던 노동자는 홀로 작업을 하다가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스크린도어를 수리했을 것이다.

최저가 낙찰제·부실시공, 승객과 노동자 안전 위협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가 골칫덩어리가 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스크린도어 사업은 이명박 정부 당시 정부의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진행된 공기업 예산 조기 사용,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리한 공사 밀어붙이기, 기술력과 품질 검증 없는 공사 시행, 최저가 낙찰제로 인한 부실시공의 합작품이다. 서울메트로는 시공업체 감싸기와 공사비 선지급 등 시작부터 많은 논란과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서울메트로 일부 간부는 스크린도어 공사와 관련해 비리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받았다. 회사 모간부가 양심선언까지 했지만 권력 고위층의 압력으로 검찰 수사가 중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수사 관계자가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던 사실을 밝혔고 감사원 감사에서 징계를 받은 서울메트로 직원이 자살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서울메트로 경영진은 스크린도어 설치를 추진하면서 공정보다 설치작업이 지연되는 업체에 선급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많은 예산 손실을 입고도 부실공사로 지금까지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이 위협을 당하고 있다.

지난해 2천800여건 고장, 올 들어 급증 추세

스크린도어는 승객 추락방지와 열차 접촉방지, 화재시 연기확산 방지, 실내 공기질 향상, 소음차단 효과 등 시민안전과 환경에 많은 도움이 되는 장치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뒤 자살사고 예방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안전을 위해 설치된 스크린도어가 오히려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장애와 고장건수를 살펴보면 놀라울 정도다. 접수된 스크린도어 장애는 2013년 1만5천여건에서 지난해 1만7천여건으로 늘었다. 일평균 건수는 같은 기간 41.14건에서 47.50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63.98건으로 급증했다.

고장도 2013년 2천409건, 지난해 2천852건을 기록했다. 일평균 고장건수는 2013년 6.60건, 지난해 7.81건, 올해는 8.86건으로 증가 추세다. 이렇게 많은 장애와 고장으로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외주업체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을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자역을 환수해 직영으로 운영하고 부실한 시설물은 전면 개량공사를 벌여야 한다. 근본적인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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