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대표자들이 노사정위원회 주최 노동시장 구조개선 쟁점 토론회가 열린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한 뒤 토론회 참관을 위해 청사로 들어가려다 제지당하자 연좌시위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취업규칙과 일반해고 문제를 지침·가이드라인이 아닌 법 개정을 통해 정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대부분 취업규칙 변경 유연화나 저성과자 해고의 필요성을 전제하고 있다. 두 의제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협상에서 장기과제로 빠지더라도 향후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행 제도 경직돼 있으니 법 바꿔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쟁점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개정을 통한 취업규칙 변경·일반해고 절차 마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경영환경 변화에 맞게 현실화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 변경주체와 절차를 개선해야 하고, 해고제도도 직무·성과 중심의 새로운 인사관리시스템에 부합할 수 있는 판단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업규칙 변경이나 일반해고에 대한 현행 제도가 경직돼 있다는 정부·재계 주장과 같은 맥락의 발언이다. 다만 박 교수는 일반해고 제도 시행과 관련해 “일반해고만을 의제화하면 해고제도에 관한 다른 중요한 개혁과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기준 보완이나 부당해고 구제제도 실효성 제고 같은 제도개선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취업규칙 변경법리가 경직돼 있고, 임금피크제에만 국한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다른 노동조건도 다룰 수 있는) 근로자대표 체계를 도입하자”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부당하게 해고된 근로자가 손쉽게 해고분쟁을 포기하거나, 과도하고 소모적인 분쟁이 남용되는 것도 방치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저성과자 해고, 노동개혁 대상 될 수 없어”

취업규칙 변경과 일반해고 문제를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하자는 전문가들의 주장은 취지에는 차이가 있지만 경영계 주장과 일치한다. 경영계는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사정 협상에서 두 의제가 장기과제로 미뤄져 의제에서 빠진다 하더라도 이후 노동시장 관련 제도개선 논의에서 꾸준하게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이날 토론회가 열리기 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쉬운 해고를 중장기 과제로 전환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라 법제화까지 포함한 더 큰 공세를 위한 디딤돌을 놓아 준 것에 다름 아니다”며 “실질적인 고용보호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해고나 저성과자 문제가 노동시장 개혁과제에 포함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은 학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수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의 업무능력을 평가하고 저성과자에 대한 직무능력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법과 제도로 보완할 필요는 있지만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다고 법 또는 지침에 명시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에서 저성과자 문제가 있다면 인사평가와 임금체계를 잘못 운영한 경영진의 문제”라며 “대기업의 성과관리가 체계화되고 있기 때문에 현행법 내에서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